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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뮤지컬과 오페라

가난한 청춘에도 낭만이 … 겨울 무대 녹이는 푸치니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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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달 21~24일 서울시오페라단이 선보일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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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어 무대 위에서 불멸한 거장의 비결은 뭘까.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세상을 떠난 1924년 11월 29일로부터 꼬박 100년이 흐른 지금, 그의 작품은 여전히 오페라 공연계의 흥행 보증수표 중 하나다. 올해 그의 서거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오페라가 선보이는 가운데, 연말 시즌 대미를 장식할 작품이 서울 무대에 잇달아 오른다.

먼저 서울시오페라단은 푸치니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라 보엠'을 이달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린다. 라 보엠은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 비극을 다루며 뮤지컬 '렌트'의 원작이기도 하다. 작은 다락방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시인 로돌포와 재봉사 미미, 결국 그곳에서 죽음을 맞는 병약한 미미의 비극 등이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적 소재(베리스모)에 낭만적 선율을 담았다.

극 중 주인공이 겪는 젊은 시절의 가난과 역경엔 푸치니의 모습도 투영돼 있다. 원작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을 쓴 프랑스 소설가 앙리 뮈르제나 이를 기반으로 오페라 대본·곡을 만든 푸치니 모두 가난한 청춘을 보냈다. 푸치니는 1880년이던 23세에 자신이 바라던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했고 어려운 형편임에도 고학하며 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어머니와 동생을 먼저 떠나보내는 상실도 경험했다. 라 보엠은 그 이후 1896년 초연돼 대성공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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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하는 푸치니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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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엠은 푸치니의 대표작으로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자주 상연되는 작품 중 하나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이 제작하는 건 창단된 지 39년 만에 처음이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푸치니의 대규모 작품도 많지만, 라 보엠은 추운 겨울에 서정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무대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젊은 성악가들이 꾸민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서선영과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황수미가 주인공 미미 역할을 나눠 맡는다. 테너 로돌포 역은 문세훈과 김정훈이 낙점됐는데, 두 사람 모두 유럽에서 활약하다 고국 무대에서 데뷔하는 기회를 잡았다. 문세훈은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이탈리아 비오티 등 국제 콩쿠르에서 다수 입상했다. 김정훈은 동양인 테너 최초로 베르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 있다. 바리톤으로 로돌포의 친구인 화가 마르첼로 역에는 이승왕과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김태한이 출연한다.

오는 12월 5~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일 '서부의 아가씨'에도 관심이 쏠린다. 푸치니가 미국을 방문했다가 본 연극 '황금시대 서부의 아가씨'(작가 데이비드 벨라스코)에서 영감을 받아 1910년 뉴욕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라 보엠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듯 이 작품도 서부영화로 각색돼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미국 '골드러시' 시대의 캘리포니아 탄광촌을 배경으로,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여성 미니와 마을에 숨어든 무법자 라메레즈가 나누는 사랑 이야기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마을 보안관과 포커 대결을 벌이고, 영리하게 승리를 거머쥐는 당찬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돋보인다. 푸치니는 전작에서 순종적이고 희생하는 여성상을 그려왔다면, 이 작품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상으로 작품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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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은 2021년 초연했던 서부의 아가씨를 3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여성 캐릭터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통성과 '신세계' 미국의 현대적 감각을 고루 담고 있다. 20세기 현대음악의 특징인 불협화음의 과감한 사용, 당시 유행했던 인디언 노래의 차용 등 다양한 요소를 아우른다.

한편 오는 12월 22~31일에는 서울 코엑스 D홀에서 회당 7000석 규모로 '어게인 2024 오페라 투란도트'가 공연될 예정이다. 지휘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쿠라가 나눠 맡고, 투란도트 역에 소프라노 아스믹 그레고리안과 마리아 굴레기나가 출연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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