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시박람회와 빛축제 등 자신의 공약사업 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시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 최민호 세종시장이 지난 10월11일 오후 건강 악화로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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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세종시장이 단식까지 하며 추진하려는 ‘세종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 관련 예산이 시의회에 이어 국회에서도 삭감될 처지에 놓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에서 세종정원박람회에 지원하는 국비 77억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의결했다. 전날 농해수위 위원 10명 중 8명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민생예산 우선과 박람회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세종시의회에서 예산안이 부결돼 지방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액 삭감을 의결해 전체회의에 올렸고, 그 의견 그대로 통과됐다.
앞서 지난 9월10일 세종시의회는 본회의에서 올해 추경예산 중 정원박람회 예산 14억52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다수인 민주당 소속 세종시의원들은 정원박람회의 타당성·효과성 입증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최 시장이 지난 10월6일부터 6일 동안 시청 옆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국민의힘 소속 세종시의원 전원이 시장의 농성장 앞에서 ‘삭발’까지 했다. 그러나 10월11일 열린 세종시의회 임시회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은 정원박람회 관련 추경예산을 최종적으로 전액 삭감했다.
민주당 시의원들과 갈등 상황에서 최 시장은 국회 농해수위 예산 심사를 앞두고 ‘민주당의 오만하고 부당한 횡포를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게 보냈다. 해당 글에서 최 시장은 “민주당은 이번 농해수위에서 세종정원박람회 지원 국비 77억원 감액안을 당론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6년 세종시장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니 절대적으로 막아주셔야 하며, 심의 과정에서 최대한 쟁점화해 국민과 특히 세종시민에게 민주당의 오만하고 부당한 횡포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실은 세종시 직원이 해당 서신을 농해수위의 이병진 민주당 의원실에도 “최민호 친서”라며 잘못 전달해 들통났다.
이 의원은 14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최 시장의 친서가 담긴 봉투를 흔들며 “최 시장이 저한테 이런 문구를 보냈다. 내용을 보면 거의 원색적인 비난에 가깝다”며 “세종시는 1천억원에 달하는 결손을 기록하고 2027년 충청권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도 6천억원 넘게 예산을 써야 한다”며 “울산이나 순천 같은 곳은 4년여에 걸쳐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리에 마쳤는데, 1년여 시간 동안 (준비해) 박람회를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아직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살아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원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을지는 국비 지원이 결정되는 시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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