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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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대표적인 마스크·백신 무용론자였다. 코로나 기간에 재임했던 그는 “백신을 맞으면 악어로 변할 수도 있다”면서 대신 말라리아 예방약을 처방받을 것을 권했다. 모임 등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반대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의 재임 기간 브라질에서 코로나로 숨진 사람은 70만명이 넘는다.
▶미국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자신을 지지한 케네디 주니어를 장관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했지만 보건부 장관은 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케네디는 20년 전부터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음모론을 펼쳤기 때문이다.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를 그를 보건부 장관에 지명했다. 미국 보건 전문가들은 그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백신만 아니라 불소, 에이즈, 항우울제, 줄기세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음모론을 신봉해 그의 정책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 세상엔 온갖 음모론이 있고 이를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5년이 지났지만 미국에서 “달 착륙은 허구”라고 믿는 사람이 6%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인구의 2%가 여전히 지구 평면설을 믿고 있다. 9·11 테러를 미국 정부가 계획했다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음모론 신봉자들은 동서고금 있었지만 그들이 다른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좌우할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오르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
▶미국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 변화는 민주당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거침없이 주장해온 ‘석유 재벌’ 크리스 라이트를 에너지부 장관에 지명했다. 트럼프 자신이 “기후 변화는 거짓”이며 과도한 환경 규제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는 1기 때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스콧 프루잇을 환경보호청(EPA)장에 앉히고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는데 이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트럼프 인사의 특징은 해당 부처의 핵심 기능을 부정하는 사람을 보낸다는 점이다. 국방 장관, 국가안보 보좌관, 정보 총책임자도 장군 출신은 한 명도 없고 각각 소령, 대령, 중령 출신을 지명했다. 지명하는 인사 중 각종 음모론 신봉자가 적지 않으니 희한하기도 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미국 국내 문제는 모르겠지만 기후 변화, 보건 정책, 국방 문제는 우리나라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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