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콜스’는 7인의 배우가 고정된 배역 없이 돌아가며 코너를 연기한다. 코너가 겪는 아픔의 보편성을 부각하기 위해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를 썼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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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영국 소년 코너 오말리의 인생은 고단하다. 말기 암 환자인 어머니가 투병하는 새 그들을 버린 아버지는 재혼 후 미국으로 떠났다. 유일한 보호자인 할머니와의 관계는 불편하며,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한다.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코너에게 마을의 오래된 주목나무 ‘몬스터’가 찾아온다. 나무는 코너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면서 조건을 건다. 네 번째 이야기는 코너가 직접 털어놓는 비밀이어야 한다는 것. 나무가 들려주는 세 이야기를 들으며 코너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엄마의 죽음과 관련한 비밀을 터놓을 준비를 마친다.
영국 최고의 아동 문학상인 카네기상 수상작 『몬스터 콜스』(패트릭 네스 지음)를 원작으로 하는 창작 연극이 다음 달 5∼8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초연된다. 소설은 코너가 몬스터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성장 스토리다.
18일 언론에 먼저 선보인 공연에는 총 일곱 배우가 등장했다. 이들은 고정 배역 없이 모두 번갈아가며 코너와 주변 인물, 내레이터를 연기한다. 코너의 내면 역시 여러 배우의 목소리로 표현된다.
연출을 맡은 민새롬은 “소년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배우가 동시에 코너가 되도록 했다”면서 “10대부터 40대 후반의 여러 연령과 성별, 예술적·사회적 특성이 있는 배우들이 10대 아이의 입장을 역동적으로 거쳐간다”고 했다. 실제로 배우들 중 김원영·이성수·지혜연은 각각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가 있다.
“한 배우가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실주의적 연출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가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1인 1역이라면 ‘저 배우 연기 잘한다’는 말은 들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7명 배우가 고해하듯, 자기 삶을 꺼내놓듯 무대 위로 올라오길 바랐습니다.”(민 연출)
변호사이자 지체 장애를 가진 무용수인 김원영은 “인생의 특정 시기에 마주하게 되는 공포와 두려움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몬스터 콜스’를 설명했다.
“모든 좋은 작품은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잖아요. 이 작품은 진실을 마주하는 공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작품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배우들이 참여한다는 것이 재밌었어요. 하지만 단지 따뜻하거나 착하기만 한 그런 작품은 아니거든요. 인간의 여러 층위를 보여준다는 점에 저는 이끌렸습니다”
각색은 연극 ‘은의 혀’ ‘견고딕 걸’을 쓴 박지선 작가가 맡았다. 박 작가는 “삶의 모순 속에 있는 인간이 발견하는 진실과 그걸 찾아가는 과정의 고군분투를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신체 장애 등의 특성이 있는 배우들을 기용한만큼 연출 파트에 ‘디바이징 디렉터’라는 역할을 도입했다. 작가가 줄거리를 각색한다면 이를 무대에 올릴 때 배우들의 움직임을 만드는 역할이다. 민 연출은 “(연극은) 활자와 움직임으로 이뤄져 있다. 소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움직임을 만들고 영감을 주는 일”이라고 해당 역할을 설명했다. 드라마투르그(극작술 연구가)와 연기 코치로 활동해온 황혜란이 맡았다. 공연엔 그림자 수어 통역, 음성해설,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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