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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시진핑-룰라 ‘트럼프 견제’ 이해일치… 경제 손잡는 中-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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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관세전쟁 대비 남미시장 공들여

시진핑, 리우G20 계기 협력 강화

좌파성향 룰라, 트럼프와 관계 불편

머스크와도 악연… 브라질 ‘X’ 폐쇄

동아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룰라 브라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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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브라질과 더 가까워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한 시 주석의 행보를 이렇게 평가했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남미 국가 끌어안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강력한 대(對)중 압박 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취임했을 때, 중남미를 통해 미국의 고관세 정책 등을 우회할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도 중국과의 교류 강화에 관심이 높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을 대놓고 지지했던 데다, 브라질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악연’이 깊다.

● 브라질, 트럼프·머스크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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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브라질 정권은 트럼프 행정부와 성향상 원래부터 가까워지기 힘들다. 트럼프 당선인은 룰라 대통령의 전임자로 극우 성향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룰라 대통령은 미 대선 전인 1일 “미국 민주주의를 위해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는 게 낫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브라질이 ‘브릭스(BRICS)’ 선도 국가 중 하나로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와 상극이다. 특히 룰라 대통령은 남미경제공동체인 메르코수르(MERCOSUR·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역내 자유무역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당선인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은 트럼프 당선인이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으로 지명한 머스크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 브라질 대법원은 4월 X가 가짜 뉴스를 방치한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고, 8월엔 X의 운영 폐쇄 조치까지 내렸다.

이에 중국은 브라질과 미국의 불편한 관계가 브라질과의 협력 강화에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미 브라질은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2000년대부터 브라질의 석유, 철광석, 콩을 대거 수입했다. 룰라 대통령의 2번째 임기였던 2009년에는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특히 룰라 대통령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나 고속도로 및 철도 건설 사업에 중국의 더 많은 투자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유럽에 차별당했던 중남미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중국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 中, 관세 전쟁 대비 남미 공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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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시 미국의 파상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중남미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매길 경우, 브라질을 포함해 남미 시장을 대체재나 우회로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태양광과 배터리 분야 대브라질 수출액은 지난 4년 동안 180% 증가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브라질 농산물에 대한 수입도 꾸준히 늘려 왔다. 이는 향후 미중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이 보복 조치로 미 농산물에 대한 고관세 카드 등 강경 조치를 꺼내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한편 페루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은 14일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함께 ‘창카이(Chancay)항’ 개항식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창카이항은 중국 자본이 대거 투입된 남미 최대 규모의 심해항이다. 향후 중국의 남미 교역에 있어 핵심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남미 특사 및 미주개발은행 총재를 지낸 마우리시오 클래버캐론은 아르헨티나 매체인 인포바에와의 인터뷰에서 “창카이항을 거치는 모든 물품은 중국산 수입품과 마찬가지로 60%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중국의 우회 수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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