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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싱가포르에 동남아 최대 지하 변전소·34층 빌딩까지 만든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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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서남쪽 파시르판장 지역의 '라브라도 타워'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건 안내직원이 아닌 페인트 마르는 냄새였다. 라브라도 타워가 지난 9월 임시사용승인을 받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새 오피스 빌딩이기 때문이다. 빌딩 내부엔 여전히 공사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현장 노동자들도 보였다. 라브라도 타워는 임대가 가능한 31개층 중 80%인 25개층은 이미 임대계약을 마쳤다. 싱가포르의 중심업무지구(CBD·Central Business District)와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지리적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라브라도 타워는 싱가포르 전력청이 국토 효율화를 위해 발주한 사업으로 지어졌다. 변전소를 지하로 옮기고 지상에는 변전소를 운영하는 5층의 관리동과 34층의 오피스 빌딩 건설을 골자로 한다. 국토 면적이 적은 탓에 기반 시설을 지하로 옮기고 그 부지에는 상업 시설을 만드는 등 국토 사용을 최적화하는 싱가포르 최초의 시범사업이다.


변전소 지하화 관련 사업 3개 전부 따낸 비결은

현대건설은 이 사업의 처음과 끝을 모두 책임졌다. 사업은 △부지 기반 조성 사업 △변전소 지하화 △오피스 빌딩 건설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 발주됐는데 모든 사업을 차례로 수주했다.

우선 현대건설은 2018년에 변전소 지하화를 위한 부지 기반 조성 사업을 따냈고 2021년 공사를 완료했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발생해 공사가 잠시 중단되는 일도 겪었다. 이에 현대건설은 선별진료소를 현장 내부에 설치하고 현장사무실을 노동자들의 숙소로 개조해 외부감염을 최소화하는 노력으로 공사 지연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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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라브라도 타워에서 바라본 5층의 관리동과 공원 조성이 예정된 부지/사진=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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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엔 변전소 지하화 사업을 수주했다. 부지 기반 조성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점이 추가 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 지반은 두 가지 지질대가 만나는 곳으로 단일 지반보다 연약했다. 그럼에도 전력 인프라를 다루는 변전소는 국가 중요시설로 여겨져 테러에 대비하는 등 각종 안전 조건이 붙어 공사 난이도가 높았다. 현대건설은 토사가 무너져 내리는 걸 막기 위해 지하에 철근 콘크리트 벽체를 연속적으로 설치하는 지하연속벽 공법을 활용했다. 이 공법은 강성이 높고 차수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변전소와 지상 1층 상판 사이에 2m의 콘크리트 부재를 넣어 테러에 대비한 안정성도 강화했다.

지하 변전소는 내년 3월 준공 예정으로 현재 시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운전이 본격 시작되면 동남아시아 최대 지하 변전소로 거듭나게 된다. 지하 변전소 면적만 축구장 4개에 달한다.

앞선 두 사업에 이어 2022년엔 오피스 빌딩 건설 사업권도 따냈다. 현대건설은 27개월의 짧은 공기를 지키기 위해 지하와 지상 공사를 동시에 수행 가능한 탑다운 공법을 썼다. 오피스 빌딩에는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에어컨 시스템 대비 에너지 효율을 절반 가량 개선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 건설청의 그린마크(Green Mark Platinum Super-Low Energy) 인증도 받았다.

이우진 현대건설 라브라도 현장소장은 "오피스 빌딩은 싱가포르 CBD와 가까우면서 지하철역(Labrador Park MRT Station)도 바로 앞에 있는 등 탄탄한 입지를 갖췄다"며 "이번 변전소 지하화 사업이 앞으로 싱가포르 정부가 발주할 유사 사업의 수주를 따내는 데에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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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라브라도 타워 전경/사진=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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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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