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러 협력 불편해도 미국 책임론만”
“한국, 관대한 방위비 분담… 트럼프 알길”
조태열 “우크라 종전에 북 비핵화 필수적”
커트 캠벨(오른쪽)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18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제9차 한미 전략포럼 행사에 기조 연사로 초청돼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와 대담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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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정권을 넘기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갈수록 비핵화 목표와 현실이 어긋나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8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 CSIS에서 함께 주최한 제9차 한미 전략포럼 행사에 기조 연사로 초청돼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와 대담했다.
일단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서도 약 5년간 교착 상태인 양측 간 비핵화 대화가 재개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게 캠벨 부장관의 전망이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 당선자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급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껏 (북미) 외교가 북한 및 한반도 비핵화라는 아이디어에 지속적으로 기반해 왔다는 사실”이라며 “김정은이 그런 조건(비핵화)이 진척되는 것을 받아들일지 나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무엇으로 북한이 대화 재개를 원하게 만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캠벨 부장관을 더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이렇게 난망해진 북한 비핵화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핵 비확산 체계를 동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약속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한 국가가 핵 옵션을 재고하면 역내 국가들의 연쇄적 재고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우리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안보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자 차기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조언으로 해석된다. 어떤 경우에라도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8일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제9차 한미 전략포럼 행사에 기조 연사로 초청돼 빅터 차(왼쪽) CSIS 한국 석좌와 대담하고 있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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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부장관은 패권 각축으로 예전만 못한 미중 관계도 한반도 비핵화에 부정적 요인임을 인정했다.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고무된 북한이 중국의 이익과 어긋나는 행동이나 군사적인 진전을 고려할 가능성을 불편해 하는 기색이 중국에 역력하지만, 현재 (비핵화 협상) 교착 상황을 미국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여전하다”며 “한반도 평화·안정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긴밀하게 대화했던 6자 회담 때 같은 시기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한미 동맹을 트럼프 행정부 역시 계속 강화하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캠벨 부장관은 피력했다. 그는 미국이 최근 일본·한국과 “엄청나게 관대하고 친절한”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 중 동맹국이 부담하는 금액) 합의를 도출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의 전진 배치와 관여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발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새 행정부가 그것(방위비 합의)의 지혜를 온전히 알아보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윤 정부 책임감, 트럼프 기대 부합”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단을 상대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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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영상 축사에서 “북한의 러시아 불법 지원 문제를 다루지 않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려는 어떤 시도도 불충분하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지 않고서는 북한의 러시아 군사 지원을 멈추려는 어떤 시도도 불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한국의 국력과 위상에 걸맞게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는 동맹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인 측의 기대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국 중 이스라엘, 그리스, 폴란드 3개국만이 한국보다 더 많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한국이 제1의 대미 투자국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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