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학생 약 500여명은 19일 서울 노원경찰서 앞 1개 차로에서 집회를 열고 "교수가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을 고소했다"며 "대학안전을 지키려는 학생들은 죄가 없다"고 외쳤다. 학생들은 '대학 내 성범죄 알렸더니 날아온 고소장. 교수는 악의적 고소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사진=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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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혐의를 받는 서울여대 교수가 대자보로 자신을 비판한 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한 가운데 해당 학교 학생들이 대자보 작성자들의 무혐의 처분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서울여대 재학생 500여명은 19일 서울 노원구 노원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수가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을 고소했다"며 "대학 안전을 지키려는 학생들은 죄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낸 학생들은 죄가 없다"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사죄하지 못할망정 이를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교수에 맞서 학생들의 무혐의 처분을 요구하고자 오늘 집회를 개최했다"고 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서울여대 독어독문학과 A 교수는 지난해 7월 학생들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한 혐의로 학교 측으로부터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학생들은 학교의 조처가 미흡했고 A 교수가 교단에 설 자격이 없다며 교내에 대자보를 게재해 항의했다. A 교수는 지난달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대자보 등을 작성한 학생 3명을 서울 노원경찰서에 고소했다.

성추행 혐의를 받는 서울여대 교수가 대자보로 자신을 비판한 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한 가운데 19일 학생들이 대자보 작성자들의 무혐의 처분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사진=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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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측도 "학우들을 대표해 노원경찰서가 피고소인 학생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A 교수가 학생을 고소한 것은 피해를 호소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자 공익성을 무시하는 부당한 대응"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여대 학생들은 A 교수에 대한 학교의 징계가 부족하다며 교내에서 '래커 시위'를 벌였다. 건물 외벽 곳곳에는 "성범죄자 교수 OUT", "배움 위해 왔는데 성범죄가 웬 말이냐", "서울여대는 네 룸살롱이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서울여대 18대 교수평의회는 전날 △학생들의 요구를 경청하고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 △A 교수가 학생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 등의 요구안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이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강의실에서 지켜내야 할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의 신뢰는 곧 무너질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총장이 우선해야 할 일은 결코 공공시설물 훼손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 신속히 공식 논의와 조치 방향을 마련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에게도 "길이 없다면 만들어야 하고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들리게 해야 하지만 그 과정은 정당한 절차와 타당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며 "보다 세심히 숙고해달라"고 했다.

서울여대 대학 본부 관계자는 "학생과 직원, 교수와 법률 전문가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논의할 방침"이라며 "A 교수는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 조치했고 당장 추가적인 조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고소당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현재까지 고려 중인 것은 없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이찬종 기자 coldbe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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