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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강한 지도자가 나라 이끌어야” 54%, “민주주의보다 경제발전 중요”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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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2024 한국 유권자 민주주의 인식 조사’

조선일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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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진행한 ‘2024 한국 유권자 민주주의 인식 조사’에서 국내 유권자 중 절반 이상에 달하는 54.7%가 ‘의회와 정당에 개의치 않는 강한 지도자가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19일 조사됐다. 또 ‘상황에 따라 독재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동조하는 이들도 20.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반 이상이 민주적 가치보다 경제 이슈를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등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국민 대부분이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에 동의하면서도, 권위주의적 해결 방식에 대한 선호도 또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주의가 가장 좋은 형태인가’라는 질문에 83.3%가 동의한다고 답했고 ‘우리나라가 민주적으로 통치되고 있다’고 인식한 유권자도 73.4%나 달했지만, ‘의회와 정당에 개의치 않는 강한 지도자가 나라를 이끄는 것’에 동의한다는 응답자도 54.7%로 과반을 넘어섰다. 심지어는 ‘상황에 따라 독재가 더 나을 수 있다’고 응답한 유권자도 무려 20.3%에 달했다.

또 유권자들은 민주적 가치보다 경제 이슈를 중시하는 경향도 보였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중 경제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유권자는 무려 68.1%에 달했고,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보다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도 75.2%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는 민주적 가치보다 경제 이슈를 더 우선순위에 둔 것이다.

유권자들은 민주주의 체제 자체는 긍정하면서도 한국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론 자유, 법치, 사회적 공정성 등의 영역이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TV뉴스는 여당에 호의적이다’라고 응답한 유권자가 58.7%,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보도할 때 언론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유권자가 42.9%로,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언론의 자유에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또 행정부의 사법 존중이나 법치주의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선 절반 정도의 응답자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정부 지도자들이 법을 어겼을 때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한 응답자들이 48.2%였던 데 반해, ‘대통령, 장관 등 행정부 구성원은 헌법을 존중한다’는 진술에 동의하는 유권자는 46.2%에 불과했다.

또 유권자들의 절반 정도는 시민들 사이에 권력이 불평등하게 배분돼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권력이 성별·사회경제적 지위·언어·민족·종교·인종·지역과 상관없이 동등하게 분배돼 있는지를 묻는 질문엔 20~40% 정도만 그렇다고 답했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불평등한 권력 배분이 정부의 차별적 대우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제 개편을 비롯한 개헌 논의가 심심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한국이지만, 정작 국민들은 현행 단임제 대통령제 변경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중 54.7%는 바꿀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고, 만약 개헌을 통해 정부 형태를 바꿀 경우 미국식 4년 중임제를 택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68.6%에 달했다. 의원내각제나 프랑스식 준대통령제에 대한 선호는 각각 14.1%, 17.3%로 낮았다. 또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대해서도 77.3%가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다수 정치 전문가들이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결함을 지적하고 비례의석 확대를 지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반전된 내용이었다.

국내에서 민주주의 인식 및 평가와 관련해서 체계적 조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조사는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조사 방식도 유무선 전화나 웹을 통하는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직접 대면조사 방식을 사용했다. 민주주의 클러스터 측은 “국제기관들의 조사는 대부분 전문가 평가에 의존하고, 국내 수많은 여론조사는 주로 선거 승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조사는 특별한 정치적 이벤트가 없는 시기를 잡아 일반 시민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했다.

한편 서울대의 싱크탱크 국가미래전략원 산하 민주주의 클러스터는 한국의회발전연구회와 오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위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인은 어떤 민주주의를 원하는가?’라는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소개 및 분석하는 회의로 민주주의 클러스터 공동연구원인 윤광일 숙명여대 교수와 이상신 통일연구원 박사가 조사결과 발표를 맡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축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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