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9 (화)

“건국조약 건들지 마” 뉴질랜드 마오리족 수만명 거리 시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뉴질랜드 시민들이 19일(현지시각) 웰링턴 의사당으로 가는 중심업무지구에서 건국조약 재정의 움직임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웰링턴/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원주민 마오리족과의 건국조약(와이탕이 조약)을 재정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법안이 발의된 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수도 웰링턴 의사당 앞에는 19일(현지시각) 경찰추산 4만2천명의 시민이 모여 법안 반대를 외쳤다.



이날 가디언은 지난 9일간 마오리족 출신 시민들이 뉴질랜드 북섬 수백㎞를 걷는 평화행진(히코이)을 벌인 뒤 이날 의사당 앞에서 마오리족의 자주권을 상징하는 빨강, 하양, 검정 깃발을 들고 “법안을 없애라”(Kill the bill) 등을 외치며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웰링턴에서 평화행진 무리와 합류한 이들만 수만명에 달했다. 현지 언론은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위 행진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우파 연립정부에 포함된 뉴질랜드행동당이 발의한 것으로 와이탕이 조약의 원칙을 재해석하고 법적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와이탕이 조약은 1840년 영국 왕실과 500명 이상의 마오리 족장이 국가 수립과 관련해 서명한 조약으로, 원주민의 토지와 문화적 권리, 마오리족과 통치 당국 간의 관계 등이 담겨있다. 여기엔 마오리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것과, 마오리족의 열악한 건강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기관 설립 등도 포함돼있었다. 하지만 우파 연립정부는 올해 이를 해체했고, 뉴질랜드행동당은 법안을 발의하며 해당 조약이 단결이 아닌 ‘인종적 분열’을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시모어 뉴질랜드행동당 대표는 마오리족과 왕실이 공동으로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현재의 방식과 마오리족의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할당제 설정이 “평등권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질랜드는 원주민 권리를 지키는데 앞장서 온 국가로 여겨졌으나, 중도 우파 정부 아래에서 원주민 권리가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마오리족과 스웨덴 혈통을 반반씩 이어받은 스탠 링맨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그들은 우리의 권리를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웰링턴 북쪽 해안에 사는 주민 바바라 르콤테는 “그들(마오리족)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 같다”며 “이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뒤섞였고 우리는 모두 뉴질랜드 인이다. 우리가 함께 일하고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뉴질랜드 인구의 약 18%가 자신을 마오리족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4일에는 뉴질랜드 의회에서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전통 춤 ‘하카’를 추는 일도 있었다. 마오리족 출신 하나-라위티 마이피-클라크 마오리당 하원의원은 회의 중 발언 기회를 얻어 해당 법안의 사본을 찢고 하카를 추면서 반발해 24시간 정직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