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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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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간판까지 뗐다…‘남미와 FTA 반대’ 프랑스 농민 시위, EU 전역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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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트랙터 대열, 곳곳 세워진 십자가, 그리고 뒤바뀐 도로 표지판…18일(현지시간) 프랑스 농민들의 시위가 진행된 도로의 모습이다. 연내 유럽연합(EU)과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될 것이란 전망에 성난 농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다른 EU회원국 농민들도 이번 협정에 불만이 높아, 연초 각국을 뒤흔들었던 농민 시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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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프랑스 페리괴에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가 이어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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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와 프랑스24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프랑스전국농민연맹(FNSEA)와 청년농민회(Jeunes Agriculteurs)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적인 시위에 나섰다. 시위 주최 측은 이날만 전국적으로 80건 이상의 시위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남동부 프로방스 알프코트다쥐르의 르 카네 데 모르에선 300여명의 농민이 모여 도로를 막고 “약속은 멈추고, 행동으로 시작하라”는 슬로건이 적힌 표지판들과 농업의 죽음을 상징하는 ‘나무 십자가’, 교수대 등을 세웠다. 교수대엔 “농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아비뇽과 보르도에선 트랙터 시위가 진행됐고, 동부 리옹에선 농민들이 시청 간판을 떼어내 버리는 일도 일어났다. 일부 지역에선 유럽 시장이 남미 상품으로 뒤덮일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풍자하기 위해 마을 표지판을 남미 도시들 이름으로 바꿔놓거나 ‘길을 잃었다’는 의미로 도로 표지판을 떼어 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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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리옹에선 농민들이 시청 간판을 떼어내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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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일부 농민은 전날 저녁부터 118번 국도 일부를 점거했다가 이날 오전 해제했다. 피에리크 오렐 청년농민회장은 RMC 라디오에 출연해 “어떤 곳에서는 도로가 막힐 것이고 다른 곳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일거나 청사 앞 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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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의 르 카네 데 모르에선 300여명의 농민이 모여 도로를 막고 “약속은 멈추고, 행동으로 시작하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들과 농업의 죽음을 상징하는 ‘나무 십자가’를 세웠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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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의 르 카네 데 모르에선 농민들이 “농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문구가 적힌 교수대를 세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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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EU 회원국 농민도 동조할 조짐이다. 독일농민협회(DBV)는 아직 시위 계획은 없다면서도 “국제 기준과 유럽 기준의 차이를 보완하는 장치가 마련된” 재협상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의 농업단체들과 스페인의 청년농민회는 정부에 협상중단을 촉구했고, 이탈리아와 폴란드에선 단체뿐 아니라 농업부까지 나서 협상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지난 1월 말 시작돼 유럽 각지로 번진 농민 시위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당시 EU의 환경 규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완화 등에 반발한 프랑스 농민들이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이어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시위가 잇따랐다.

프랑스 농민이 이날 다시 시위에 나선 이유는 오는 12월 초 EU와 메르코수르 간 FTA가 체결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EU의 규제와 연료비 폭등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협정까지 체결된다면 수입 농산물이 밀려와 생계조차 어렵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지난 5일 EU 위기관리 담당위원 자네즈 레나르치치는 로이터에 “해결해야 할 의견 차이가 있지만, 협정을 연말까지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논의가 시작된 유럽과 남미간 FTA는 10년에 걸쳐 수입 관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수출입 품목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걸 목표로 한다.

FTA를 두고 유럽 당국에선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탈리아와 폴란드는 유보 입장이다. 다만 독일과 스페인 정부는 다른 품목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협정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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