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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푸틴 ‘핵카드’ 맞불 …우크라, 에이태큼스로 러 본토 첫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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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푸틴 젤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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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미 미사일 허용에 ‘핵 교리’ 변경

우크라, 북 무기 저장 카라체프 공격
러 “6발 중 5발 격추·1기 손상” 주장

러시아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변경했다. 미국이 자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핵카드’를 꺼내 맞대응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미사일 사용 승인 후 처음으로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타격하며 역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개정된 핵억지 분야 국가정책의 기초(핵 교리)를 승인하는 대통령령(러시아연방의 핵억지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에 서명했다.

개정 교리는 핵 억지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동맹, 핵 억지로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의 범위를 확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완화했다.

특히 러시아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서방의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또 러시아는 주권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러시아 영토에 대한 적의 항공기·미사일의 대량 발사, 동맹인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면 핵 대응을 고려할 권리도 교리에 넣었다. 개정 핵 교리는 이날부터 발효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비핵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해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핵무기 사용 결정은 러시아 대통령이 내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간 금지하고 있던 장거리 미사일 봉인을 해제하자, 러시아는 곧장 자국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핵무기 사용 범위와 대상을 늘리는 내용의 핵 교리 개정으로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용 승인 후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를 이용해 첫 러시아 영토 공격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는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주 카라체프에 위치한 러시아군 무기고를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새벽 3시25분쯤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 미사일 6기로 브랸스크주를 공격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군은 이 가운데 5기를 격추하고 1기를 손상시켰다고 밝혔다. 브랸스크주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서부 지역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산발적인 공격을 이어왔던 지역이다. 러시아군 무기고가 있는 카라체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30㎞ 떨어져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카라체프에 위치한 러시아 국방부 산하 미사일포병국 제67무기고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 왔다. 러시아 국방부는 격추된 미사일 파편이 군 시설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으나 즉시 진화됐고, 인명 피해나 시설 파괴는 없었다고 밝혔다.

공격을 받은 무기고는 지난달에도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곳으로, 이곳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미사일과 폭탄 등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공격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한 이유에 대해 “북한군의 참전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 참전은 이번 전쟁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미국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선명수·박은경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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