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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하정우의 AI 대혁명] 여행 계획 알아서 짜고 예약까지 대행… ‘AI 에이전트’ 2년 안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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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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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에이전트. AI를 소개하는 인터넷 영상, 서적은 물론 AI 관련 언론 기사에 항상 등장할 정도로 요즘 AI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용어다. AI 에이전트가 왜 이렇게 관심을 끌게 되었을까? 먼저 에이전트(agent)는 간단히 말해 대리인이다. 사람이 할 일 중 일부를 대신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프로 스포츠 선수는 연봉 계약을 할 때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는다. 구단과 벌이는 연봉 협상은 전문 지식과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선수는 에이전트에게 계약을 맡기고 본업인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업무나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하는 AI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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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한참 먼 미래 같지만 사실 이미 우리 눈앞에 와있다. 지난 8월 구글이 ‘제미나이 라이브’를 선보이며 그 시작을 알렸다. 애플도 자체 AI 비서인 시리에 ‘챗GPT-4o’를 연동했다. 앤스로픽은 자체 생성형 AI인 클로드 3.5의 새로운 기능으로 ‘컴퓨터 유즈’를 선보였다. 시제품에서 컴퓨터 유즈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고 키보드를 입력해서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고 적합한 장소를 예약하는 모습을 보여줘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미 AI 에이전트는 일상을 바꾸고 있다. 가령 사용자가 “이번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내고 싶은데 준비해줘”라고 음성으로 명령하면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7~8월 일정을 확인해서 휴가 기간을 찾아낸다. 그러고 나서 검색을 통해 국내 관광지와 숙소·식당 예약 가능 정보를 빠르게 확인 후, 소요 비용까지 파악한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여행 스케줄 후보를 여럿 만들어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확인 후 최종적으로 계획으로 확정하고 반영하는 일까지 가능하다. 필자가 여행 계획을 손수 짜면 종일 걸렸는데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10분 안에 해결할 수 있다.

업무를 돕는 AI 에이전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검색과 생성형 AI를 연동시킨 퍼플렉시티이다. 퍼플렉시티는 사용자가 질문한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를 검색 엔진을 활용해 탐색하고 검색된 문서들을 요약해서 읽기 쉬운 글을 작성하며 출처까지 달아준다. 좀 더 복잡한 업무를 위한 AI 에이전트로는 세일즈포스에서 발표한 에이전트포스가 있다. 주로 기업의 서비스, 마케팅, 고객 관리 등의 업무에서 사람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표방한다. 코딩 에이전트는 개발자들이 작성한 프로그램의 평가와 테스트를 대신 수행해 준다. 오픈AI에서도 퍼플렉시티와 유사한 서치GPT를 출시했으며 내년 1월에는 좀 더 복잡한 업무를 도와주는 에이전트인 ‘오퍼레이터’ 출시를 예고했다.

이러한 AI 에이전트가 가능해진 것은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덕분이다. 챗GPT-4o와 같은 멀티모달(텍스트뿐 아니라 음성·이미지·영상까지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통합해 학습하는 것) 기술 발전으로 글만 잘 쓰는 것을 넘어 생성형 AI에 눈, 귀, 입이 달려 사람처럼 말하고 듣고 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특정 업무에서 계획을 세우고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AI가 스마트폰, 자동차, PC와 같은 기기에 탑재돼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함으로써 사용자를 훨씬 정확하게 이해하고 생활과 업무를 도와줄 수 있다. AI가 코딩을 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수행하거나 기기를 제어해서 행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검색과 모바일 같은 기존 플랫폼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직접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앱을 실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용자와 최접점에서 의사소통을 통해 AI 에이전트가 검색을 수행하고 앱을 실행하며,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고 기기들을 제어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모바일 앱 기업들은 개인 AI 에이전트가 활용하기 쉬운 형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직접 전문가 AI 에이전트를 개발해야 한다. 건강관리 앱을 예로 들자.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탑재된 개인용 AI 에이전트에게 건강 관련 질문을 했을 때 건강관리 앱 기업은 자사가 보유한 정보를 AI 에이전트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거나, 건강관리 전문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해 개인용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 광고, 구독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럼 AI 에이전트가 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까? 그렇지 않다. AI 에이전트는 과업이 구체적이고, 과업 수행 절차가 명확하며, 자동 수행한 과업들의 성공 여부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코딩이 대표적인 예이다. 필자는 네이버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 수신된 이메일의 내용을 분석해서 일정 반영을 자동으로 해주는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기능 또한 AI 에이전트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일자리 대체가 아닌 일부 과업의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 봐야 한다.

작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5년 내에 누구나 AI 개인 비서를 갖는 시대가 온다고 예측했다. 1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2년 내에 누구나 AI 에이전트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열린다고 확신한다. 한 글로벌 마케팅 기업 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AI 에이전트 시장은 471억달러(약 6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요한 건 아시아 시장이 북미만큼 규모가 큰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AI 에이전트가 불러온 플랫폼 대변혁 시대를 맞아 새로운 난세의 영웅이 탄생할 것으로 본다. 인터넷 시대에 네이버, 모바일 시대에 카카오가 각각 등장한 것처럼 AI 에이전트 시대 주인공이 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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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과실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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