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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마법 지팡이 타고 아찔한 비행…스크린으로 만나는 ‘위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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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세계 뮤지컬 역사상 두번째로 돈을 많이 번 초대형 성공작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위키드’가 20일 국내 개봉한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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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위키드’ 개봉(20일)을 앞두고, 영화화에 회의적이었던 일부 뮤지컬 팬들의 ‘회개’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기대를 뛰어넘는 작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2003년 초연한 뮤지컬이 전세계 뮤지컬 역사상 두번째로 돈을 많이 번 초대형 성공작이기에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도 ‘본전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 ‘위키드’는 이런 우려를 지우며 스크린의 존재 이유를 알려주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두편으로 나눠 제작되는 영화 중 이번에 공개되는 1편은 뮤지컬의 1막에 해당한다.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엘파바(신시아 이리보)를 처음 만난 학창 시절부터 엘파바가 오즈의 성을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잘 알려진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한 소설이 원작으로, 독자들에게는 악당으로 알려진 서쪽 마녀 탄생기다. 무대 상연시간은 1시간30분이지만, 영화는 2시간40분에 이른다. 무대에선 표현 제약으로 건너뛸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사이사이 빼곡하게 넣었다. 그중 하나가 엘파바의 어린 시절이다. 초록색 얼굴의 귀여운 꼬마 엘파바가 아버지의 미움과 곰 보모의 보살핌 아래 자라는 이야기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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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뮤지컬 역사상 두번째로 돈을 많이 번 초대형 성공작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위키드’가 20일 국내 개봉한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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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돈을 쏟아부어 만든 영상미가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도 강력하게 빨아들인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에서 샤방샤방한 화려함으로 화면을 꽉꽉 채웠던 존 추 감독은 ‘위키드’에 핑크와 초록을 중심으로 동화적 화사함을 녹여냈다. 예를 들어 글린다와 엘파바가 함께 머무는 기숙사 방에서 대표 넘버 중 하나인 ‘파퓰러’를 부를 때, 뮤지컬 무대에는 둘의 침대만 등장하지만 영화에선 세상의 핑크란 핑크는 다 모아놓은 듯한 색감의 옷들과 신기하게 작동하는 소품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글린다가 시즈대학에 도착할 때 타는 배나 두 주인공이 에메랄드 시티로 가기 위해 타는 시계태엽 콘셉트의 초록 기차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환상적인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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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뮤지컬 역사상 두번째로 돈을 많이 번 초대형 성공작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위키드’가 20일 국내 개봉한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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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주로 작업했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네이선 크롤리는 오즈로 가는 길에 끝없이 펼쳐진 꽃길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영국의 한 들판에 900만송이의 튤립을 심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무대에서는 사람이 염소 분장을 하고 연기한 닥터 딜라몬드 역에 실사 염소가 등장하는 것도 영화라 가능한 연출이다. 내년 3월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프로덕션디자인·시각효과·의상상 등 부문에서 유력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도 최고의 장면은 뮤지컬 ‘위키드’를 전설로 만든 넘버 ‘디파잉 그래비티’가 흘러나올 때다. 에메랄드 시티에서 만난 마법사(제프 골드블럼)와 마담 모리블(미셸 여·양자경)이 자신을 이용하려는 악당인 걸 깨닫고 엘파바가 마법 빗자루를 타고 도망갈 때 부르는 노래다. 뮤지컬 1막 마지막 장면에서 엘파바는 공중에 떠 이 노래를 부른다. 영화에서는 글린다가 입혀준 기다란 망토를 나부끼며 자유자재로 고공비행을 하면서 중력을 벗어난다는 뜻의 노래 제목을 제대로 보여준다. 다양한 시점숏을 통해 노래가 나오는 내내 관객들은 함께 빗자루를 탄 듯한 아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다음 편에 계속’이라는 자막과 함께 끝나는 스토리의 단절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새가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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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뮤지컬 역사상 두번째로 돈을 많이 번 초대형 성공작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위키드’가 20일 국내 개봉한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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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파바를 연기한 신시아 이리보는 뮤지컬 ‘컬러 퍼플’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타고, 영화 ‘해리엇’으로 2020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실력파 배우다. 뮤지컬 ‘위키드’에 출연한 적이 없고 주로 무겁고 진지한 캐릭터를 해온 터라 의외의 캐스팅이란 평가가 있었으나, 충분히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준다. 연기로는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글린다 역을 맡아 기대 이상으로 코믹 연기를 잘해내며 투톱 주연의 균형추를 맞춘다. 더빙판에는 뮤지컬 ‘위키드’의 한국 대표 배우로 꼽히는 박혜나(엘파바), 정선아(글린다), 고은성(피예로), 남경주(마법사) 등이 참여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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