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비보존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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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뉴스 = 홍준표 기자]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 '비보존제약'의 주식을 유상증자로 취득한 거래관계회사 주주들에게 수십억원대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세청은 주주들에게 증여세 약 25억원을 부과했고, 법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한 주식은 과세대상이라고 판단했다.
20일 필드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비보존제약 관련 회사인 B사 주주 A씨 등 24명이 삼성세무서 등 17곳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올해 4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증자이익 87억원에 과세…주주들 "대가관계" 주장
사건 발단은 A씨 등 B사 주주 60명이 비보존제약과 2016년 7월 B사 주식을 비보존제약에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이 중 39명은 비보존제약이 발행 예정인 기명식 보통주식 43만 5992주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해 인수하기로 비보존제약과 약정했다. A씨 등은 같은해 8월 비보존제약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비보존제약 주식 총 87만 1974주를 주당 1만 205원에 취득했다.
이러한 거래는 국세청에 포착됐다. 중부지방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실시한 다음 주주들의 주식 거래가 '증자이익'이라고 판단해 2021년 11월 A씨 등에게 증여세를 일괄 부과했다. 과세당국은 이들이 얻은 증자이익을 총 87억 5543만원으로 추산했다. 국세청이 고지한 세액(가산세 포함)만 24명 합계 24억 9673만원에 달한다. 이 중 A씨는 2016년도 귀속 세금이 7억773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주주들은 증여세 부과에 불복해 지난해 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A씨 등이 '비보존제약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주식'을 증자에 따른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국세청이 증자이익으로 판단한 법적 근거는 옛 상속세 및 증여세법 조항에 있다. 2016년 12월 개정 이전 상증세법 제39조 제1항 제1호 다목은 '해당 법인의 주주 등이 아닌 자가 해당 법인으로부터 신주를 직접 배정받음으로써 얻은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
주주들은 취득 주식이 비보존제약에 매도한 B사 주식과 '대가관계'라며 증자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은 "비보존제약 취득 주식은 원고들이 비보존제약에 매도한 B사 주식과 대가관계에 있으므로 유상증자를 통해 증여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국세청이 근거로 삼은 상증세법 조항은 적용될 수 없고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관해 규정한 조항(제42조의2)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산세를 뺀 나머지 과세가 적법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증여세 신고·납부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가산세 부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경. [사진=홍준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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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제적 실질 유사한 거래도 과세"
법원은 A씨 등이 주식을 취득해 얻은 증자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판단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거래는 옛 상증세법 제39조 제1항 제1호 다목이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거래에 해당한다"며 "상증세법 시행령(제29조 제2항)이 정한 방식에 따라 증자로 인한 이익의 계산이 가능하므로 이는 상증세법상 증여개념과 증여대상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과세대상과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거래'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한 개정 상증세법 취지가 A씨 등의 취득 주식을 증자이익으로 본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2003년 12월30일 개정된 상증세법은 과세권자가 증여세의 과세대상을 일일이 세법에 규정하는 대신 본래 의도한 과세대상뿐만 아니라 이와 경제적 실질이 동일 또는 유사한 거래·행위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재산의 직·간접적인 무상이전'과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의 증가'도 증여의 개념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거래의 실질이 '주식 교환'이라는 A씨 등의 주장도 배척했다. 쟁점은 비보존제약 주식 거래를 '자본거래'나 '사업양도'로 볼 수 있는지였다. A씨 등은 비보존제약 주식 취득을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 사업 양수도, 사업 교환 등에 따라 소유지분이나 가액이 변동돼 이익을 얻은 경우(상증세법 제42조의2)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비보존제약 주식 취득은 증여이익이 아니라 법인의 조직 변경,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과 신주인수계약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거나 이 사건 거래를 주식의 포괄적 교환과 같은 자본거래 또는 사업양도의 일부로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B사 주주들이 유상증자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비보존제약에 B사 주식을 매도한 부분이 대가관계가 부정된 요소가 됐다. 재판부는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이 사건 주식이 직접적으로 매도인들이 비보존제약에 매도한 B사 주식에 대한 대가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 "증여세 미신고 정당한 이유 없어" 주주들 항소
재판부는 A씨 등의 비보존제약 주식 취득이 자본거래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A씨 등은 B사와 비보존제약 주식 사이에 등가교환이 가능하도록 교환비율의 적정성을 검토한 다음 거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거래 무렵 비보존제약과 B사 주식의 객관적인 가치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비교해 교환비율의 적정성을 검토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교환비율의 적정성이 매매대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A씨 등이 증여세를 신고·납부하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정당한 사유'가 있어 가산세를 취소해 달라는 A씨 등의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법에 규정된 신고·납세의무를 위반한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나 오해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달리 원고들에게 의무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주주들 중 A씨 등 20명은 1심에 불복해 올해 5월9일 항소했다. 원고들 중 4명은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A씨 등을 대리해 대등재판부인 서울고법 9-1행정부가 심리하고 있다. 21일 항소심 두 번째 변론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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