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키움증권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덴마크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돌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중이다. 내년에는 돌풍의 영향으로 전 세계 제약사들의 '비만 치료제 개발' 열풍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위고비와의 차별화를 위해 제형변형, 적응증 확산 등 소소한 트렌트 세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발간한 '글로벌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2.2% 성장해 1422억6000만 달러(약 19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이 중 비만 치료제는 같은 기간 연평균 48.4% 성장해 480억 달러(약 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위고비와 같은 계열의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시장은 비만 관련 R&D 파이프라인 증가와 신흥 시장 접근성 개선 등으로 향후 5년간 약 5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8년 예상 시장 규모는 469억9000만 달러(한화 약 64조원)에 이른다.
키움증권 제약·바이오 연간전망 보고서(허혜민 연구원)도 비만 메가트렌드의 지속성과 비만 치료제의 글로벌 매출 선두 의약품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시장의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메가트렌드는 세계적 규모의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를 뜻한다. 허혜민 연구원은 신약개발에서 메가트렌드가 발생하면 지속기간이 약 10년 정도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 MSD(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10년째 매출이 성장하며 글로벌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메가 블록버스터로 꼽히는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도 약 성장세를 지속하며 연간 20조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위고비는 지난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이후 처방이 빠르게 증가하며 지난해 313억4300만 크로네(덴마약 6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7% 성장한 수치다.
올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173억 크로네(덴마크 통화·한화 약 3조4700억원)로, 누적 437억 크로네(한화 약 8조6600억원)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위고비 후발주자인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당뇨약 마운자로, 성분명 터제파타이드)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젭바운드는 당초 '마운자로'라는 이름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적응증을 구분하기 위해 지난해 FDA로부터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젭바운드는 현재까지 유일한 GIP(위 억제 펩타이드)/GLP-1 이중 효능제다. GIP 작용제는 위장 운동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 GLP-1 작용제와 병용했을 때 구역질이나 구토와 같은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지방 세포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여 대사를 촉진함으로써 체중 감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에 젭바운드는 출시 전부터 '게임체인저'로 주목을 받았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올 3분기 매출은 각각 31억1000만 달러(한화 약 4조2900억원), 12억6000만 달러(한화 약 1조7300억원)다.
비만 치료제의 등장으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5년간 글로벌 대형 제약사 시가총액 순위에서 각각 8위, 9위를 유지했는데, 지난달 말 시총 규모가 각각 7877억달러(한화 약 1096조원), 4961억달러(한화 약 690조원)로 커지며 1·2위로 올라섰다.
작년 매출 기준으로는 상위 10개 제약사 중 하위권이지만 높은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이고 있어 밸류에이션을 높게 부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위치에 있었던 존슨앤드존슨과 화이자의 시총 순위는 기존 1, 2위에서 10월 말 기준 각각 3위, 10위로 떨어졌다.
머크는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향후 규모에 관계없이 M&A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췄으며, 특히 2·3세대 비만 치료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허 연구원은 메가트렌드와 치료가 수요가 항암제에서 당뇨·비만 치료제로 흘러감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오는 2028년 키트루다를 누르고 1·2위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후속약물은 기존 약물과의 차별화를 위해 제형변경, 적응증 확장 등에 중점을 두고 개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경우 주 매일 또는 1회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니즈가 있어 왔다. 지속형 주사제나 경구용 약물은 자가 주사를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체중을 감량한 사람들의 유지 요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기업 펩트론과 플랫폼 기술평가 계약을 맺었다. 일라이 릴리가 보유하고 있는 펩타이드 약물에 펩트론의 플랫폼을 적용, 공동연구 하는 것이 이 계약의 골자다. 구체적인 연구 물질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암젠은 비만치료제 '마리타이드'를 월 1회 투여 방식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마리타이드는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GIP 호르몬의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경구 제형의 비만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허 연구원은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AZ), 스트럭처 테라퓨틱스, 턴스 파마슈티컬스, 디앤디파마텍 등 내년 다수의 경구 제형 관련 임상 발표가 예정돼 있다. 효능, 안전성, 용량, 흡수율 등에 따라 베스트인클래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술거래나 M&A 카겟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GLP-1 계열 약물의 적응증 확장 여부도 주목해볼만 하다.
당초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제2형 당뇨병 치료에 쓰여 왔으나 비만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했고, 심혈관질환 위험 예방 효과도 확인되며 적응증을 확대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티드의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 확인을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으로, 내년 임상 3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편, 국내 기업들도 신약개발 트렌드에 맞춰 제형을 변경하거나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한 물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면서도 저분자로 이루어진 '경구용 이중 작용제'를 개발하기 위해 최근 신약물질을 발굴하고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
저분자 기반으로 개발할 경우 고분자 기반 의약품 보다 생산이 용이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위장관에서 잘 흡수돼 경구제로의 개발이 가능하다.
이는 비만의 초기 치료 및 장기 유지 요법에 적합하고,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해 환자의 편의성과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미약품은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를 동시에 실현하는 '신개념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HM17321'은 GLP-1을 비롯한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닌 'CRF2 수용체'를 타깃해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면서 동시에 근육은 증가시키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 GLP-1 기반 비만치료제는 15~20% 수준의 효과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감량 체중의 최대 40% 수준이 근육 손실에 기인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 기전으로 약물 중단 시 기초 대사량 감소, 지방 재축적(요요 현상)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회사가 이달 초 미국비만학회에 참가해 포스터 발표한 'HM17321' 비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 동물 모델에 투여했을 때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제지방량과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차별성을 확인했다.
또 매달리기(wire hanging test)를 통해 근육 기능을 평가한 결과, HM17321의 단독요법에 의해 근 기능이 정상 동물 수준으로 회복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HM17321'은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삼중작용제(LA-GLP/GIP/GCG) 'HM15275' 및 세마글루타이드와의 병용요법에서도 각각의 단독요법 대비 체중과 지방량의 유의미한 감소를 나타냈고, 불가피한 제지방 감소를 보호하는 결과를 보였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치료제가 비만약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요요 등 부작용 문제도 있고 투여 편의 측면에서도 한계가 존재한다. 새로운 기전, 제형 변경 등의 차별화 전략이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
저작권자(c)뉴스웨이(www.newsw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