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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에이태큼스'로 때린 우크라이나에 "전쟁 질적 변화" 경고한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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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에이태큼스 보유 중... 다 사용할 것"
'핵 사용 기준' 낮춘 푸틴 "전쟁, 새로운 단계로"
바이든의 '화력 지원' 더해지며 확전 가능성↑
한국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신인민당 대표 알렉세이 네차예프의 연설을 듣고 있다(왼쪽 사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키이우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크렘린궁 제공, 모스크바·키이우=AP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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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확전 기로에 섰다. 우크라이나가 19일(현지시간)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자 러시아는 "전쟁이 질적 변화를 했다"며 상응 조치를 경고했다. 양국의 확전 불사 방침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현지 대사관 건물을 폐쇄하는 등 위기감은 시시각각 고조되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 다 쏠 것" 우크라이나 공언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이날 국경에서 약 130㎞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주(州)로 에이태큼스 미사일 6기를 발사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자체 생산한 장거리 무인기(드론) 등은 물론 에이태큼스도 보유 중이고, 이 모든 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보유 중인 에이태큼스를 50기 정도로 추정했다.

장거리 미사일 추가 확보를 위한 우방국 압박에도 나섰다. 사거리 약 300㎞의 에이태큼스보다 더 멀리 쏠 수 있는 타우러스(사거리 500㎞)를 보유한 독일을 향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사일 제공을 또다시 촉구했다.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도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별도의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은 채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현재 1만1,000명 정도에서) 10만 명까지 늘 수 있다"고 유럽의회 영상연설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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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미 양국이 동해안에서 실시한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에서 미8군의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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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의 전쟁 간주" 보복 예고 러시아


러시아는 보복을 다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에이태큼스는 미군 참여 없이 사용이 불가하다"며 "(에이태큼스의 러시아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전쟁이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것으로 간주되고 우리는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응 보복 조치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뻗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압박이었다.

미국은 키이우에 있는 대사관을 폐쇄하면서 "20일 대규모 공습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 정보를 받았다. 대사관 직원들은 물론, 미국인들은 대피하라"고 알렸다.

러시아는 앞서 19일 핵 보복 범위를 넓힌 핵 교리 개정 승인에 이어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공격에 대한 보복도 예고했다. 개정된 내용의 핵심은 '비(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 지원하에 러시아를 공격하면 모두 핵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는 부분으로, 우크라이나(비핵보유국)를 지원하는 미국·영국·프랑스 등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비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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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귀환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앤드루스 합동기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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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지뢰 공급 승인" 금기 푸는 바이든


퇴임을 두 달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의 문을 확 열어젖혔다. 이에 따라 확전 가능성도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 전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돕고자 단행하는 긴급 조치 중 하나라는 게 WP의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6월 한반도 외 지역에서의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선 방어용으로 지뢰를 공급한다면서 이 원칙을 깬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또 트럼프 당선자 취임 전 우크라이나에 최소 2억7,500만 달러(약 3,828억 원) 규모의 신규 무기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고기동성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도 지원 목록에 들어 있다.

다만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 위협에 "하품하듯" 대응한다고 분석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 정부가) 새로 수정된 핵 교리 발표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에 불행히도 놀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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