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新潟)현 사도광산의 도유 갱도. 갱도 안에는 작업하는 65개의 사람 모형이 있다. 사람이 다가가면 센서가 작동해 인형들이 “술 마시고 싶다” 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광산의 한반도 출신 노동자 관련시설 유적지 안내도. 김현예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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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11명 참석"…日 대표 미정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실행위원회 관계자, 민간단체, 지자체 관계자, 일본 중앙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외교부도 "이번 사도광산 추도식은 지난 7월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관련 한·일 합의의 결과로 개최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 관계자도 참석하는 가운데 한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추모의 뜻을 표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추도식에는 한국 측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 11명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다만 관건인 일본 정부 측 참석자는 추도식 개최를 나흘 앞둔 이날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일본 중앙 정부 차원에서 고위급 인사가 참석해야 하고, 진정성 있는 추도식이 돼야 한다고 처음부터 요구했다"며 "그러나 일본 국내적인 사정 등으로 확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본에 정무관급(차관급) 이상 인사의 참석을 요구했고, 일본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정확히 누가 참석하는지는 여전히 미정인데 이로 인해 한국 정부 대표도 확정되지 않았다.
일본의 결정이 늦어지는 건 지난달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 이후 인적 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을 추모하는 행사에 일본 측이 좀처럼 고위급 인사의 참석을 명확히 확정해주지 않으면서 과거사 문제 관련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거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향토박물관에 강제동원됐던 조선인 노동자와 관련된 기록물이 전시됐다. 김현예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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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사 내용도 뇌관…"일본과 향후 협의"
추도식에서 한·일 양측 모두 발표할 추도사의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추도사 내용이 추도식에 맞도록 일본과 앞으로 서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일본 측 추도사에 강제성을 희석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일본 정부가 추도식 명칭에 '감사'라는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를 정부가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죄가 아닌 감사를 표하는 건 그 자체로 강제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추모의 대상'이 강제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뿐 아니라 사도광산에서 일한 모든 노동자라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자발적으로 근무하다 희생된 일본인 노동자까지 함께 추모하는 건 한국인이 당한 강제노역이라는 피해의 본질을 희석하는 게 될 수 있어서다.
한편 외교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을 통해 사도광산 피해자의 유가족 약 20명을 접촉했고, 이 중 11명이 참석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유일한 생존 피해자 한 명은 고령이라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유가족이 추도식에 참석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액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추도식에 참석하는 유가족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며 "추도식 외에도 관련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위원국 21개국이 모두 찬성해 컨센서스(전원 합의)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따라 사도광산 인근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강제노역 관련 전시물을 설치했고 매년 추도식도 열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날 "매년 개최되는 추도식에 희망하는 유가족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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