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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한국 등지는 기업들 …"외국인 노동자 쓰느니 값싼 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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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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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에서 전자부품 공장을 운영하던 A씨. 그는 올해 초 20년간 운영하던 공장을 처분하고 베트남 동나이성으로 옮겼다. 목표는 단 하나, 비용 절감이었다. A씨는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한국을 버려야 중소기업이 살 수 있어요"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임대료가 오르고 최저임금도 오르고, 고정비용 부담을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A씨는 "베트남에서 찾은 새 보금자리는 총 1만8000㎡(약 5400평) 규모인데, 임대료는 한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한국에서는 사람을 뽑기가 너무 힘든데, 베트남에 가니 저렴한 인건비로 인력 수급도 훨씬 수월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기업에 전선 부속품을 납품하는 B기업은 베트남 하이퐁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인천 남동공단 공장을 매물로 내놨다.

이 기업 대표는 "한국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뭐다 해서 중소기업을 경영하기 너무 힘들다"며 "중소기업 사장들 사이에서는 한국을 버려야 살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은 공장 이전 시 세제 혜택, 물류비 지원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한국 중소기업을 유혹하고 있다"면서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기업 가릴 것 없이 한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머지않아 한국은 제조업 분야의 공동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 일자리는 외국과 임금 경쟁이 되지 않는다. 과감한 규제 개혁과 투자 유치를 위한 범부처, 전 국가적 마스터플랜 마련이 시급하다.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크게 감소했던 해외 직접투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2019년 상반기 188억달러였던 해외 직접투자 유출은 2022년 상반기 409억달러로 늘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난해 136억달러로 줄었다가 올 상반기 23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0억달러 늘어났다.

나가는 돈은 다시 늘었는데 들어오는 돈은 반 토막 났다.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은 69억달러였지만, 올해는 39억달러에 그쳤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사례는 많지만,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노동 규제에 있다.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이 핵심적 이유라 할 수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여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중위소득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비어 있는 제조업 일자리에 외국 인력을 쓰려고 해도 현행법 안에서는 한국인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할 수 없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외국인 인력을 마음껏 쓰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첨단산업은 더 많은 연구개발(R&D)을 요구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에 가로막혀 있다.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조차 근로시간 규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해도 정작 국내·해외 기업 투자가 이뤄질 지방자치단체로 내려가면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자잘한 투자 인센티브를 통합해 지금보다 훨씬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익이 났을 때만 효과가 있는 세액공제보다 이익과 무관하게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보조금 형태의 인센티브가 시급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국내 투자에 대해 지원할 때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차별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만 지역의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할 때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없앴지만 대기업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문지웅 기자 / 박윤균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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