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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동창생 식물인간 만든 20대…검찰, 5년→17년 구형량 대폭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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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작년 2월 6일 A(20)씨가 친구들과의 여행 도중 숙박업소에서 중학교 동창 B씨를 폭행하고 테이블 쪽으로 내던지고 있다. 이로 인해 B씨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유튜브 '궁금한 Y'


검찰이 중학교 동창생을 폭행해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로 항소심 법정에 선 20대에게 1심 때보다 훨씬 무거운 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재판장 양진수) 심리로 열린 A(20)씨의 상습특수 중상해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심에서 최초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A씨는 지난해 2월 6일 친구들과의 여행 도중 부산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중학교 동창인 B씨를 폭행하고 테이블 쪽으로 내던져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 폭행으로 목을 크게 다쳐 의료진으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고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A씨는 욕설하며 B씨를 넘어뜨렸다. B씨의 몸이 바닥에 떨어지며 ‘쿵’ 소리가 날 정도의 충격이 가해졌다.

황민구 범죄영상분석 전문가는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B씨) 다리 위치를 특정해 어떤 자세로 넘어졌는지 시뮬레이션 해봤다”며 “여성이 왼쪽으로 회전하면서 목 또는 머리를 테이블 지지대에 충격한다”고 했다.

이전에 A씨에게 맞은 적 있다는 여성 동창생들은 “원래 손찌검 잘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자는 안 때린다”고 전했다.

◇피해자 어머니 “딸 목숨은 길어야 2~3년, 검찰은 5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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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영상분석 전문가는 폭행 당시 영상을 토대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A씨의 폭행으로 인해 B씨의 목 또는 머리가 테이블 지지대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궁금한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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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어머니는 1심 재판 중이었던 지난 4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우리 딸의 억울함을 제발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44㎏의 연약한 여자를 키 178㎝의 건장한 남자가 가격해 식물인간이 됐다”며 A씨와 그 가족들은 사과 한마디 없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딸의 목숨은 길어야 2~3년이라는데 검찰이 5년을 구형하는 것을 듣고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고 했다.

이후 검찰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징역 8년으로 구형량을 높였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항소심에서 검찰은 A씨 혐의를 중상해에서 ‘상습특수중상해’로 변경했다. A씨가 과거 소년부에 송치되거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고, 이전에도 폭력을 저지른 적이 있으므로 범행의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범행 당시 B씨를 침대 맞은편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히도록 했으므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다치게 한 특수상해도 인정된다고 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구형하며 “피해자는 현재 식물인간으로 회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며 “피해자가 사실상 사망에 준하는 상태에 있는 만큼 A씨의 범행 결과는 매우 무겁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의 정신‧육체‧경제적 고통은 영원할 수밖에 없는데도 A씨는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이러한 사정을 참작해 A씨에게 더 무거운 형을 내려 달라”고 했다.

◇A씨 측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폭행, 상습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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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입원 중인 B씨의 모습을 어머니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보배드림


반면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2018년 상해죄를 저질렀으나 이후 범행은 모두 단순한 폭행이었다”며 “이들 폭행 또한 주변에서 바라거나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것인데 이를 상습적이라고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으로 ‘특수’라는 개념도 움직일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범행했을 때 성립한다”며 “이 사건은 테이블이 그곳에 우연히 있었던 것이지 A씨가 그것을 움직였다거나 휴대‧소지해 가격한 게 아니다”라고 변론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수감 중이라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복구를 못하고 있지만, 사회에 나가게 되면 꼭 회복을 돕고 싶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B씨의 아버지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퇴정하는 A씨를 향해 욕설했다가 법정 경위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8일 열린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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