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직접 확보한 증거로 덜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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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 명이 참가한 단체 채팅방에서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합성물을 공유하고 피해자를 스토킹까지 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남성민)는 성범죄처벌법상 허위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유모씨에게 21일 1심과 같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강의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유지됐다.

유씨는 이른바 '인하대 딥페이크' 사건의 유포범 중 한 명이다. 이는 약 1,200명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2020년부터 인하대 여학생들의 사진을 도용한 성착취물이 공유된 사건으로, 파악된 피해자만 30명이 넘고 이 중 상당수가 인하대 유명 동아리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이 대화방에서 합성물을 내려받고,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0일까지 8차례에 걸쳐 피해자들 지인 등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슷한 시기 텔레그램에서 연락처를 알게 된 피해자에게 직접 접근해 총 10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와서 유씨는 범행을 자백했지만, 경찰 검거 전만 해도 피해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해당 대화방에서 자랑스럽게 떠벌린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선 "만취 상태였다"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텔레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연락한 것이다" 등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1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날 2심 법원도 "항소심 과정에서 다른 확정 전과가 발견돼 원심을 파기한다"면서도 "범행 내용과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사정을 비춰보면 형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씨가 다른 종류 범행으로 최소 네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도 고려됐다.

한편 유씨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 인천경찰청은 당초 '텔레그램 특성상 가해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했다가, 채팅에 잠입한 피해자로부터 증거를 전달받고서야 사건을 검찰에 넘겨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까지도 핵심 운영자 수사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