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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국방과 무기

'무기지원·부채탕감' 서방의 우크라 파격지원…러 "보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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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미국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에 이어 영국·프랑스가 공동 지원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 승인에 이어, 추가 군사 지원과 부채 탕감도 추진 중이다. 평화협정과 조기종전을 구상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격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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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다연장 로켓 발사대 솔른체피요크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국경 지역의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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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에 스톰섀도 12발 발사됐다"



20일(현지시간) BBC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FT)·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는 영국의 스톰섀도 여러 발을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 발사했다. 쿠르스크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1만1000명이 배치된 곳이다.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최초 사례로, 미국의 에이태큼스를 러시아 브랸스크주에 발사한 지 하루만이다.

현재 영국 총리실과 국방부·외무부는 모두 ‘작전상의 이유’를 들어, 스톰섀도 사용 승인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매체들은 스톰섀도 사용 증거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를 인용해 쿠르스크주의 마리노 마을 인근에서 발견된 스톰섀도 파편을 공개했다. 가디언은 친러 전쟁 블로거들이 공개한 영상을 분석해, 스톰섀도 최대 12기가 마리노 마을의 군 지휘 본부로 추정되는 목표물을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이 장소가 북한과 러시아 장교들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인 알렉세이 스미르노프는 러시아 방공망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미사일 두 대를 격추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군 관계자인 유리 이그나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쿠르스크에 ‘강력한 폭풍(strong storm)’이 있었다”는 글을 게시하며 스톰섀도 사용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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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지난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실무 세션에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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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국 정부는 수개월 전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해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18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리하게 놔둘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FT는 G20 정상회의에서 서방 당국자들의 비공식 대화에서 스톰섀도 사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영국 총리실이 스톰섀도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러시아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스톰섀도 사용 승인 역시 전황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러시아는 스톰섀도와 에이태큼스 사정권 밖으로 주요 인프라를 모두 옮겨 놓은 상태다. 우크라이나의 스톰섀도 재고량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전 국방장관인 안드리 자고로드뉴크는 “타깃팅이 잘 되고 전반적인 사용 계획이 잘 수립된다면 그렇게 많은 양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며 “게임체인저가 될 순 없겠지만, 다른 무기와 잘 배치된다면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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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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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에 6조5700억원 부채탕감 추진



같은 날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2억7500만 달러(약 3847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무기지원에는 고기동성 포병 로켓 지원 시스템(HIMARS·하이마스)용 탄약, 방사능 및 핵 보호 장비도 포함됐다. 또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진 부채 47억 달러(약 6조5700억원)에 대한 탕감도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킨 자금 법안에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경제 및 예산 지원을 위한 대출 94억 여 달러(약 13조원)가 포함돼 있었는데, 이중 절반을 탕감한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8일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돕는 것”이라고 탕감 취지를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인지뢰 공급 승인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지뢰만 지원했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대인지뢰는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뢰 설치는 러시아군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대인지뢰는 설치 후 2주 내 폭발하지 않으면 비활성화되도록 프로그래밍돼, 전후 민간인에게 안전하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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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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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정보당국, 美·英·佛 향해 "보복할 것"



러시아 정보당국 수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고 러시아 본토 공격을 승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이날 공개된 잡지 내셔널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영토를 서방 무기로 장거리 타격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를 돕는 나토 회원국들의 시도를 보복 없이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영국 매체들은 러시아가 할 수 있는 보복 유형은 핵 위협이 아닌 하이브리드 ‘회색지대’ 전쟁일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브리드 회색지대 전쟁이란 ▶폭발물 소포 ▶독극물 중독 등 표적 암살 ▶인터넷봇을 활용한 양극화 문제 증폭 등 사회 불안정 고조 ▶GPS 신호 방해, 해저케이블 절단 등이 거론된다. 더타임스는 “이는 러시아 레퍼토리의 일부이고 크렘린이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이미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됐다. 더타임스는 “러시아의 다른 보복 조치에는 이란과 그 대리인에 대한 추가 지원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고, 범죄 조직과도 연계돼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서방 선박을 표적으로 삼는 예멘 후티 반군에게 표적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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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전·현직 관리 5명을 인용해 푸틴이 트럼프 당선인과 휴전협상을 두고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점령한 주요 영토를 양보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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