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화여대 교수·연구자들 “우리는 격노한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화여자대학교 전경. 이화여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연구자들이 “윤석열 정권 2년 반 동안 대통령의 무능, 대통령과 그 가족을 둘러싼 잇따른 추문과 의혹으로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흔들리고 민생이 파탄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이화여대 교수·연구자 140명은 21일 “우리는 ‘격노’한다. 윤석열은 즉시 퇴진하라”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외교와 안보, 국민의 안전과 건강, 노동과 복지, 교육과 연구 등 사회의 전 분야에 걸친 퇴행을 목도하며,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 정부의 정치·경제·외교·교육 분야 국정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배우자의 특검을 즉각 수용하고 여론조작과 공천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경제 실정을 인정하고 획기적 정책 전환을 추진하며 친일 정치세력인 ‘뉴라이트’의 수반이 되지 말며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일을 당장 그만두고 △연구·개발 예산 삭감 등 현장 소통 없이 정책을 급조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윤석열은 국정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자질과 능력도 없음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우리는 깊은 모욕감과 함께 격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오직 자신과 그 주변의 이익을 위해 사유화한 이 정권이 더는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화여대 교수·연구자 시국선언 전문.







“우리는 ‘격노’한다. 윤석열은 즉시 퇴진하라”



대한민국은 일제의 침략, 분단과 전쟁, 독재를 거치며 수많은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일구어온 나라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2년 반 동안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끝을 알 수 없는 무능, 대통령과 그 가족을 둘러싼 잇따른 추문과 의혹으로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흔들리고 민생이 파탄나고 있다. 이화여대 교수와 연구자들은 외교와 안보, 국민의 안전과 건강, 노동과 복지, 교육과 연구 등 사회의 전 분야에 걸친 퇴행을 목도하며,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함께 현 정부의 다음과 같은 국정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첫째, 대통령은 봉건 군주가 아닌 민주공화국의 수반으로서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 윤석열은 배우자 김건희의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자신과 김건희가 관여한 채 상병 사망 윗선 개입 의혹, 공천·선거 개입 의혹 등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사과는커녕 국회의 특검 요구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특검을 거부한 자가 범인이다”라는 후보자 시절 그가 했던 말이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면 배우자의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



또한 최근 불거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의 여론조작 의혹,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여론조작과 공천 개입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 등 대통령 후보 시기부터 취임 이후까지 이어진 여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라. 이와 함께, 국가기관과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언론을 장악하고자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불온 세력, 반국가 세력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용어로 국민을 탄압하는 행위를 즉각 멈추라.





둘째, 윤석열 정권은 이미 한물간 신자유주의를 떠받들며 재벌과 초부자에게 법인세, 상속세, 종부세 등을 깎아주는 감세정책을 펴는 한편, 서민을 위한 복지 예산은 대폭 축소했다. 또 지난해 국내 경제 성장률은 아이엠에프(IMF)가 예측치를 다섯 차례 연속 하향 조정하는 극심한 저성장 끝에, 오히려 상향 조정된 세계 경제 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조를 보였다. 이러한 정책 실패로 물가 상승률은 크게 높아졌고, 이를 숨기려다 불거진 대파 논란은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 총체적 경제 실정 속에서 자영업자와 서민의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이처럼 처참한 경제 현실은 대통령 윤석열의 왜곡된 역사관과 맞닿아 있다. 정당성도 실리도 없는 굴욕적인 대일 외교는 민족적 자긍심만 훼손한 것이 아니라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의 기반도 무너뜨렸다. 미국과 일본에 편향된 외교로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무역수지도 급속히 나빠졌다. 정부는 경제 실정을 자인하고 획기적 정책 전환을 추진하라. 그리고 대통령은 국가의 수반이다. 친일 정치세력인 ‘뉴라이트’의 수반이 되지 말라.





셋째, 균형을 잃은 외교 정책으로 국가의 안보마저 위기에 처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무너지고 힘의 균형이 붕괴하자 그간의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강대국 사이에서의 균형 외교와 남북의 평화를 도모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책무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오히려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자극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는 등의 행위로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채 상병과 같이 순국한 군인 한 사람의 명예조차 지켜 주지 못하는 대통령 윤석열은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켜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두라.





넷째, 이화여대 교수들과 연구자들은 일관성과 원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책임한 교육과 연구 정책에 분노한다. 만 5세 조기 초등입학은 이런 교육정책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만연한 사교육과 교육격차, 돌봄 공백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정책이었다. 불행하게도 윤석열 정권은 이에 멈추지 않고 연구·개발 예산을 크게 삭감하였다.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삭감으로 대학원생을 비롯한 젊은 연구자는 생계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연구 생태계는 풀뿌리부터 훼손되었다. 또 과학적인 확대 기준과 근거, 그리고 최소한의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의대 정원 2000명의 급작스러운 증가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대란뿐 아니라 회복하기 어려운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나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정책을 급조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





지난 7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윤석열은 한 나라의 국정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자질과 능력도 없음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우리는 깊은 모욕감과 함께 격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오직 자신과 그 주변의 이익을 위해 사유화한 이 정권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불의와 무지와 무책임으로 가득한 대통령에게 그 권한을 계속해서 행사하게 허락한다면, 대한민국의 통치제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선조들의 실수로 기나긴 시련을 겪어야 했던 20세기의 역사를 21세기에 다시 되풀이할 수 없다. 이에 우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들과 연구자들은 대통령 윤석열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





2024년 11월 21일



이화여자대학교 시국 선언



교수와 연구자 140명



강미선, 강서영, 강인숙, 강태경, 공경애, 권순희, 권용억, 권태상, 김경미, 김동준, 김명화, 김보명, 김부성, 김상준, 김선혜, 김성호(심리학과), 김성훈, 김수연, 김수자, 김신효정, 김애령,김영욱, 김우식, 김인영, 김정호, 김지은, 김진영, 김진희, 김찬주, 나현, 남궁은하, 남영숙, 류창수, 마재신, 문혜성, 민조홍, 박경미, 박성희, 박수현, 박인원, 박장원, 박준범, 박지은, 박지형, 박진우, 박찬길, 박현석, 박형곤, 박혜리, 배성희, 백옥경, 백준걸, 백지연, 서을오, 서의교,소신애, 손정우, 송승환, 송태현, 신나나, 신문경, 신상규, 신승호, 신형순, 안소현, 안창림, 안현의, 양수진, 양인상, 양현종, 양현혜, 오인수, 원용진, 위대현, 유성경, 유성진, 유주연, 윤보석, 윤아람. 윤재호, 윤정구, 윤정호, 윤주리, 윤혜전, 윤호영, 윤희섭, 이건정, 이공주, 이광호,
이규현1, 이규현2, 이기현, 이동환, 이상욱, 이소희, 이영민, 이윤경, 이은경, 이은아, 이재환, 이정, 이주희, 이지영1, 이지영2, 이진, 이찬웅, 이향연, 이혜진, 이화영, 임동훈, 임미경, 임석원, 임재향, 장애리, 장원경, 전동호, 전상범, 정은경, 정종우, 정하연, 정혜중, 정호영, 조민선, 조영주, 조혜란, 천혜정, 최강신, 최경석, 최경희, 최미경, 최민식, 최종철, 한민주, 한세영, 한자경, 한종인, 황수경, 황은숙, 황준호, 황지성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