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플랫폼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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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승무를 한다면 역무원과의 협조가 중요할 텐데, 역무원을 최소 인원만 배치해요. 역무원을 늘리지 않고, 1인 승무를 도입하면 기관사는 차량 사고, 승객 사고, 차량 출발 시간 지연에 압박을 더 많이 느낄 수밖에 없어요.” (지하철 기관사)
“2호선은 순환선이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 다녀올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 열차 운행하기 2시간 전부터 물도 안 마셔요. 예민한 분들은 식사도 안 해요.” (지하철 차장)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와 정책연구소 이음이 지난 9월 ‘수도권 전철 승무방식 개선 연구’를 하면서 서울교통공사와 철도공사 승무노동자(기관사·차장)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연구진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철도 전동차 승무노동자 1422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2호선에 1인 승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열차가 10량인 1∼4호선은 2인 승무, 6∼8량인 5∼9호선은 1인 승무 방식이다. 공사는 자동운전장치(ATO) 도입에 따라 2호선을 1인 승무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연구 용역을 지난 2월 추진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노동 조건이 나빠지고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지난 19일 총파업 예고 때 1인 승무제 도입 중단을 요구했다.
승객 민원도 노동자들에겐 부담이다. 서울교통공사 내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고객센터가 접수한 1∼8호선 민원은 118만9142건이다. 이 가운데 2호선이 44만5077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른 호선에 견줘 2∼15배 수준이다. 관제나 역무에서 민원을 해결하는 홍콩·싱가포르·일본 등과 달리, 서울 지하철에선 기관사나 차장이 맡는다.
이런 상황에서 승무노동자가 2명에서 1명으로 줄면, 업무 부담은 2배 이상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연구를 맡은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1인 승무 기관사의 높아진 스트레스는 결국 기관사의 정신과 육체 건강을 훼손할 것”이라며 “이는 안전운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떤 승무 방식이 시민 안전에, 노동자 건강에 도움이 될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가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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