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한국에 짜장면이라면 미국엔 이것…중국식 패스트푸드는 어떻게 탄생했나 [스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초기 이민의 땀과 눈물 어린 미국식 중국 국수, 로메인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중국 국수는 세계 여러 나라로 퍼졌는데 나라마다 즐겨 먹는 국수와 전해진 사연은 각각 다르다. 이를테면 한국에는 짜장면과 짬뽕이, 일본에는 지금은 그 뿌리가 중국이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한때 중화소바(中華そば)라고 불렸던 라멘(ラーメン)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미국에는 어떤 중국 국수가 있을까?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중국 국수는 로메인(lomein)이다. 푸드코트의 중국 패스트푸드점에서 손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국수이고 많은 미국인들이 종이박스에 담아 테이크아웃으로 가져가는 국수다.



SBS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중국 국수, 로메인. 출처 : 게티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메인이라니까 낯설게 들리지만 실은 우리한테도 비교적 익숙한 국수다. 우리가 흔히 중국식 볶음면이라고 부르는 국수도 로메인의 한 종류다. 간장 등으로 볶은 채소나 고기, 새우를 국수와 함께 비비거나 혹은 국수와 재료를 볶아서 먹는다.

정확하게 볶음면(炒麵)은 미국에서 초우메인(chowmein)이라고 하고 로메인은 비빔면인데 미국에서는 두 국수의 차이를 헷갈려 하는 것 같다. 실제 미국에서 파는 로메인을 보면 딱히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로메인이라는 미국식 중국 국수, 맛과 모습은 대충 알 것 같다. 그런데 그 정확한 정체는 무엇일까? 중국의 어떤 국수가 미국으로 전해져 로메인이 됐을까?

앞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로메인은 비빔국수라는 뜻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반미앤(拌麵) 혹은 라오미앤(撈麵)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반(拌)은 비비다라는 뜻이고 라오(撈)는 섞는다는 의미다.



SBS

로메인. 출처 : 바이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중국 라오미앤이 미국에서 왜 로메인으로 바뀌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로메인은 광동 사투리이고 광동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 퍼뜨린 음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쿠리(苦力)라고 부르는 고된 일을 하는 광동성 출신 막노동 일꾼들이 먹었던 싸구려 비빔국수가 미국 사회에서 대중화된 것이 로메인이라는 중국식 패스트푸드 국수다.

로메인이 대중적인 국수, 싸구려 국수였다고 해서 원래부터 저렴한 음식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로메인은 족보가 있는 국수였고 근본 있는 지체 높은 음식이었다.

미국 로메인의 원조인 중국 본토의 비빔국수 라오미앤이 세상에 선보인 것은 약 1000년 전인 송나라 무렵이다. 북송의 수도였던 하남성 개봉의 거리 풍경을 묘사한 『동경몽화록』 남송의 수도였던 지금의 절강성 항주의 풍경을 그린 『몽양록』과 비슷한 시기 문헌인 『무림구사』등에 이 국수가 보인다. 물론 라오미앤이라고 콕 집어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채소와 고기 등 여러 재료를 국수에 섞어 먹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송나라 무렵 비빔국수가 처음 등장했다고 보는 이유다.

단순히 1000년 전에 비빔국수를 먹었다고 해서 로메인의 조상이 족보 있는 국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국수를 비비기 위해서는 말린 국수, 즉 건면(乾麵)이 필요한데 송나라 때를 전후해 비로소 말린 국수가 개발된 것으로 추정한다. 바꿔 말해 비빔국수, 라오미앤은 당시로서는 나름 첨단 국수였던 셈이고 그래서 근본이 있는 국수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지역별로 다양하고 특색 있는 비빔국수가 발달했다. 천진 라오미앤을 비롯해 산서성, 산동성, 광동성 등지에 특색 있는 비빔국수가 있지만 그중 호북성 무한의 열간면(熱干麵)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SBS

열간면. 출처 : 바이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