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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갑작스런 병원 폐업으로 선납진료비 떼이는 환자피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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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라포르시안] #. A씨는 암으로 수술 및 항암치료를 받은 후 면역 치료를 광고하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1억 원을 예치한 후 치료를 받던 중 의료기관이 갑자기 폐업하면서 선납진료비를 환급받을 길이 막막해졌다.

#. B씨는 치과에서 임플란트 2개를 식립하기로 하고 150만 원을 선납했다. 그러나 임플란트 고정체만 식립한 상태에서 의료기관이 폐업했다.

#. C씨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비 100만 원을 선납한 후 피부과 치료를 받던 중 의료기관이 폐업한 사실을 언론매체를 통해 알게 됐다.

최근 의료기관에 치료비를 선납했으나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잔여 치료비를 돌려받지 못하는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22일 한국소비자원(원장 윤수현)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의료기관 휴·폐업 관련 소비자상담을 확인한 결과, 2021년 196건, 2022년 247건, 2023년 275건, 2024년 9월 현재 246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246건이 접수돼 전년 동기(202건) 대비 약 21.8% 증가했다.

의료기관 휴·폐업 관련 소비자상담(964건) 분석 결과, 선납진료비 환급 요구가 71.2%(687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치료중단 불만 18.5%(178건), 휴·폐업 대처방안 문의 7.6%(73건), 진료기록부 발급 문의 2.7%(26건)가 뒤를 이었다.

진료과별로는 치과가 332건(34.4%)으로 가장 많았고, 피부과 280건(29.0%), 성형외과 56건(5.8%), 한방 44건(4.6%)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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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휴·폐업 관련 소비자상담 현황. 표 출처: 한국소비자원


성형외과나 피부과, 치과 등은 몇 회로 분할되는 시술을 한번에 패키지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럴 경우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의 진료비를 일시 선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는 의료기관이 휴‧폐업 전 안내문을 게시하도록 명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이 휴‧폐업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갑자기 폐업하거나 안내문을 게시하더라도 소비자가 게시 기간 내 의료기관이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은 경우 휴·폐업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원은 의료기관의 휴·폐업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과도한 이벤트 가격 할인 및 전액 선납을 요구하는 의료기관은 주의할 것 치료 내용과 금액이 포함된 계약서를 받을 것 장기(다회) 계약 시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할 것 신용카드 할부 결제 후 의료기관의 휴·폐업으로 계약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 카드사에 할부항변권을 행사할 것 등을 당부했다.

할부항변권은 '20만 원 이상, 3개월 이상' 할부 결제 시 사업자 폐업, 정당한 해지 요구 거절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할부거래법 제16조에 따라 카드사에 잔여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이다.

소비자원은 보건복지부 및 유관기관에 이번 분석 결과를 제공해 의료기관이 휴·폐업 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문자, 메신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충분히 안내함으로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기관 교육 및 계도 강화를 요청할 방침이다.

한편 소비자원이 지난해 선납 진료비 환급과 관련한 피해구제 신청 420건을 진료과별로 분석한 결과, 피부과가 148건(35.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형외과 125건(29.8%), 치과 59건(14.0%), 한방 44건(10.5%), 기타 44건(10.5%) 순이었다.

피부과 환급 거부 사례는 주로 레이저 등의 피부 시술비 선납 후 중도 해지하는 경우였다. 성형외과 환급 거부 사례는 대부분 성형수술 비용의 일부 또는 전체 진료비를 선납한 후 환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치과 환급 거부는 대부분 임플란트 치료비나 보철치료비, 교정치료비 선납 관련 사례였다.

의료기관에 선납한 금액을 살펴보면, 100만 원 미만이 189건(45.0%), 100만 원 이상~200만 원 미만이 111건(26.4%), 200만 원 이상~300만 원 미만이 42건(10.0%), 300만 원 이상~500만 원 미만이 41건(9.8%) 등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이 314건(74.8)으로 남성보다 많고, 연령별로는 20대~30대가 240건(57.1%)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의료기관이 선납 진료비 환급 요구를 거부하는 주요 이유는 의료기관의 과실이 아닌 소비자의 단순 변심은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는 이행된 진료비나 위약금을 공제하면 환급액이 적거나 환급할 금액이 없다는 것 등인데, 이 경우 결제 금액이 아닌 정가를 기준으로 잔여 금액을 공제한다거나 위약금 등을 과다하게 산정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소비자원은 "의료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으로, 민법 제689조 제1항과 제2항에 의하면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만약 당사자 중 한쪽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소비자는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으며 다만 그로 인해 의료기관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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