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영국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응해 러시아군은 11월21일 우크라이나의 군사산업단지 시설 중 하나에 복합 공격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신 러시아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중 하나를 시험했다”며 “시험은 성공적이었고, 발사 목표가 달성됐다”고 말했다.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이름이 ‘오레시니크’(개암)로 명명됐다고도 소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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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오레시니크에 대해 “초속 2.5∼3㎞인 마하 10의 속도로 목표물을 공격한다”면서 “현재 이런 무기에 대응할 수단은 없다. 전 세계에 있는 최신 방공 시스템과 미국·유럽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이런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발표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뒤늦게 ICBM이 아닌 신형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 시험적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당국자들도 ICBM이 아닌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사용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AP, AFP 통신에 전한 바 있다.

러시아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자국 본토 공격에 나선 것에 대한 대응 조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9일과 20일 각각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영국산 스톰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 국가를 신형 무기로 타격할 수 있다는 취지로도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시설에 대한 공격에 그들의 무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국가의 군사 시설에도 우리 무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면서 “공격적 행동이 확대되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신 미사일 시스템의 추가 시험을 위한 타격 목표는 러시아 안보 위협에 대한 판단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은 확전 정책을 계속하면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장거리 정밀 무기 공격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면서 서방이 이러한 결정으로 우크라이나 분쟁을 세계적인 분쟁으로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도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서 “러시아 방공망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격퇴했고, 사상자나 피해 보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늘 평화적인 방법으로 분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호해왔으며, 지금도 어떠한 시나리오에도 준비돼 있다”고도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기 30분 전에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측은 오레시니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 측에 경고했다”면서 “러시아는 자동 핵확산 방지 핫라인을 통해 미국 측에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고위 장성 한 명이 부상했다고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 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군인 1만여명 이상과 장교들을 파병한 이후로 북한 고위 장교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서방 당국자가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당국자는 해당 북한군 장교가 얼마나 다쳤는지와 그의 신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군 장교 최소 500여명이 파병 군인들을 이끌고 러시아에 입국했으며, 고위급 장성으로는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리창호 정찰총국장, 신금철 인민군 소장 등 3명이 여기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부상한 북한군 고위 장교는 지난 20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영국산 스톰섀도 미사일을 발사한 공격으로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스톰섀도 최대 12기가 쿠르스크 마리노 마을의 군 지휘 본부로 추정되는 목표물을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등은 해당 본부가 북한군과 러시아군 장교들이 사용하는 시설이라고 전했다. 한 러시아 블로거는 공격 당시 북한 군인 여러 명이 그 본부에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WSJ은 전했다. 주유엔 북한 대표부는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쿠르스크 공격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고 WSJ은 덧붙였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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