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과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전문가가 답합니다.
어제(21일)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 전환’(공학 전환)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 수업거부 시위에도 ‘강경대응’으로 응수했던 학교가 한발 물러선 건데요. 지난 20일 동덕여대 운동장에서 열린 학생총회 투표에서 2000명에 가까운 학생이 공학 전환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동덕여대 ‘공학전환 반대 총력대응위원회’는 학교가 공학 전환을 ‘전면 철회’할 때까지 본관 점거 농성을 이어가겠단 입장입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공학 전환에 이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현시점에서 여대는 왜 필요할까요? 소수자 인권 문제를 연구해온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법학부)에게 물어봤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The 1] 동덕여대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에 분노한 이유는 뭘까요?
홍성수 교수: 최근 여성 혐오 범죄라고 통칭하는 사건이 많았잖아요. ‘n번방’이나 텔레그램 불법 합성방(딥페이크) 등 성폭력 사건도 계속 있었고요. 이런 문제가 터지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도 했었죠. 정부가 성평등과 성폭력 근절을 위해 진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인 거죠. 이런 문제들이 누적된 상태에서 공학 전환 문제가 터지니, 학생들이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동덕여대 사태’에 학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여대가 공학으로 바뀌는 일은 특정 학과를 만들거나 없애는 차원을 넘어 대학의 정체성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잖아요. 아이디어 차원에서 툭 던질 문제는 아니죠.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봐요. 정말 남녀공학 전환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더라도 학내 구성원들이 충분히 토론하고 관련해서 조사와 연구를 하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봅니다.
[The 2] 정말 여대가 입학 정원을 걱정할 정도인가요?
홍성수 교수: 같은 여대라고 해도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여대라서 특별히 어렵다고 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남녀공학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쪽에선 학령인구(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다닐 수 있는 연령대의 인구) 감소 문제를 얘기하잖아요. 근데 사실 수도권 여대는 당분간 큰 영향이 없는 상태거든요.
다만 여대가 대부분 인문계 위주다 보니 취업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이건 여대의 문제가 아닌, 인문계 위주의 중소형 대학들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입니다. 그 말인즉슨, 남학생을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거죠.
[The 3] 여대가 남성 역차별이란 주장도 있잖아요. 일리 있는 거예요?
홍성수 교수: 2009년에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준비하던 남학생들이 ‘여자만 입학하는 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죠. 이화여대는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로스쿨이란 전문대학원에 선발된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여대라는 가산점을 받지 않았고요. 이화여대 로스쿨 정원이 100명 정돈데, 전체 로스쿨 정원은 2000명이잖아요. 남성들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기엔 적은 숫자죠.
2018년에도 여대 4곳에 약학대학 정원을 정한 교육부가 남성 평등권을 침해했단 헌법소원이 제기됐는데요. 여대 정원이 전체 약대 정원의 19%거든요. 남자가 약사가 될 기회를 차단했다고 보기는 어렵죠. 반대로 여대라서 약대를 운영할 수 없다면, 여대 입장에선 굉장히 큰 불이익이고요. 헌법재판소는 남학생이 받는 불이익보다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해 두 사건 모두 차별이 아니다, 합헌이라고 봤어요.
카멀라 해리스.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The 4] 여대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른 방법이 있어요?
홍성수 교수: 여대는 성폭력과 성차별 등 여성의 문제를 논의하고 공론화하는 공간이자, 그런 교육과 연구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곳이여야 한다고 봅니다. 남녀공학과 비교해 여대가 그런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면 여대가 존속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거죠.
더 나아가 미국의 흑인대학(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이나 여대는, 흑인과 여성 인권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대학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미국 여대는 대부분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허용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요. 진지한 토론 끝에 트랜스젠더를 포용하는 것이 여대의 정체성에 부합한다고 본 거죠. 이렇게 여대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그 지평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The 5] 여대의 의미를 찾기 위해 구체적으로 뭘 하면 좋을까요?
홍성수 교수: 석사 과정 중 여성학 협동과정이 있어요. 사회과학과 인문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관련 주제를 다루는 교수들이 여성학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서울여대는 2004년, 숙명여대는 2008년 이 과정을 폐지했어요. 현재는 여대 중 이화여대에만 여성학과가 설치돼 있고요.
저는 여대에서 페미니즘 교육과 연구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성학과도 있어야겠지만 각 학과의 전공·교양 수업에 여성과 젠더 관련 내용이 더 많아져야 하는 거죠. 그런 과정을 통해 여대 고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또 느닷없이 남녀공학전환 시도를 할게 아니라, 차제에 여대의 정체성에 대한 공론화를 해야 합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여대가 왜 필요한지’ 담론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The 5]에 다 담지 못한 ‘동덕여대 사태’ 전말을 휘클리에서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하기.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