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인 소재 연극 준비 과정 펼치는 2인극
철창·농구 골대 등 설치한 무대 눈길
초연 출연진에 김남희·강승호 추가 캐스팅
내년 2월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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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퉁, 퉁, 퉁, 퉁. 한 교도소의 농구장. 포크로 아버지를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 스물한 살 청년 마르틴이 홀로 농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마르틴에게 마흔을 코앞에 둔 한 남자가 다가가 말을 건다. 그의 정체는 또 다른 죄수도, 교도관도 아닌 극작가. 바로 마르틴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제작하려는 극작가 S다.
20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연극 ‘테베랜드’의 시작점에서 펼쳐지는 장면이다. ‘테베랜드’는 165분(인터미션 1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단 두 명의 배우가 책임지는 2인극으로 프랑스계 우루과이 출신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세르히오 블랑코의 작품이 원작이다.
2인극이지만 등장인물은 3명이다. 극장에서 마르틴을 연기해야 하는, 마르틴과 나이가 같은 청년 배우 페데리코가 존재하기 때문. 마르틴을 연기하는 배우가 페데리코까지 1인 2역을 소화한다.
극의 이야기는 S가 마르틴과 페데리코를 번갈아 만나며 연극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며 흘러간다. S와 인터뷰를 하며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마르틴과 S와 연극을 준비하며 그런 마르틴의 모습을 똑같이 재연하는 페데리코의 모습을 철창과 농구 골대, CCTV 화면과 다양한 사진 자료를 보여주는 스크린 등을 설치한 무대에서 반복해서 펼쳐내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세 사람은 연극 준비를 위한 대화를 통해 점차 심연으로 들어가며 가까워진다. 마르틴은 아버지에게 받은 폭언과 폭행 피해로 인한 내면의 상처를 털어놓으며 S에게 마음을 연다. 극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펼쳐낼 페데리코에게도 흥미를 느낀다. 이 가운데 S와 페데리코 또한 마르틴의 비극적 사연에 묘한 연민을 느끼며 그에게 깊이 빠져든다.
공연을 이끄는 두 명의 배우는 철창 안과 밖을 오가고, 객석 옆 계단까지 오르내리며 어마무시한 양의 대사를 쉴 틈 없이 내뱉는다. 극의 영감이 된 오이디푸스 신화를 비롯해 농구, 음악, 문학 등 다채로운 주제의 대화로 관객의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이 가운데 S는 마르틴과 페데리코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틈틈이 대화를 시도해 친절하게 상황 설명을 해주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S역 김남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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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페데리코 역 강승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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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공연에서는 ‘재벌집 막내아들’, ‘스위트 홈’ 등 여러 인기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주가를 높인 김남희가 S역으로 분해 관객과 만났다. 마르틴과 페데리코 역은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드라마 ‘마이데몬’ 등에 출연했던 강승호가 연기했다.
약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남희는 차분하면서도 또렷한 말투와 다정함과 냉철함이 공존하는 눈빛과 표정으로 S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강승호는 야생적이면서도 어딘가 신비롭고 서늘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을 지닌 마르틴과 마르틴을 닮아가는 페데리코를 강렬한 연기로 표현해 냈다.
‘테베랜드’는 지난해 공연한 초연으로 관객 평점 9.7점을 기록하고 3분기 연극 티켓 판매액 1위에 오르는 등 관객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재연 시즌에서는 김남희·이석준·정희태·길은성이 S 역을, 강승호·이주승·손우현·정택운이 마르틴과 페데리코를 연기한다. 김남희와 강승호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초연 때도 같은 배역을 맡아 작품을 빛낸 바 있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흡인력 강한 연출 기법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공연이다. 위트 있는 대사를 첨가해 존속살인이라는 소재에 따른 작품의 무게감을 한결 덜어냈다. 공연은 오는 2월 9일까지 이어진다. 공연 연출은 초연에 이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햄릿’(예술의전당) 등의 신유청 연출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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