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피해자 B씨 유족이 공개한 사진. 유족은 숨진 B씨가 전 남자친구 A씨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폭행과 스토킹으로 결국 여자친구를 오피스텔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부산지법 형사항소3-3부(부장판사 이소연)는 특수협박, 협박, 재물손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5)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 2개월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12월 여자친구 B씨(20대)의 집에 찾아가 와인 잔을 자신의 손에 내리치거나 의자를 던지는 등 수법으로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별을 통보받자 약 13시간 동안 B씨 집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누르고, 365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B씨는 지난 1월 7일 오전 2시30분쯤 주거지인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9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인 A씨를 입건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떨어질 때 같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9개월간 교제했다. 유족들은 B씨가 그동안 가족과 친구들에게 A씨로부터 폭행과 스토킹을 당했다고 호소해왔다며 사고 당일 A씨 행위와 B씨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피해자 B씨 유족이 공개한 사진. 유족은 숨진 B씨가 전 남자친구 A씨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1심 재판부는 "말다툼 과정에서 피해자가 숨지는 사고 원인을 제공한 점은 매우 부적절했다. 피고인은 피해자 사망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다각도의 조사를 받았지만 명확한 관련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반복되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의 정신적 착취 정도가 심해졌음을 행동 등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며 "피해자 유족들과 지인들은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며 고통받고 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해자 사망에 대해 피고인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별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인 양형에 피해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헌법에서 정한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대부분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원심에서 유족에게 반성 의사를 지속해서 표시했다"며 "민사소송에서 피해자 어머니 앞으로 형사공탁을 했다는 등 자료를 제출하고 있어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정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리한 정상을 반영하면 원심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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