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부가 20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서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 등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 세계 각국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유럽은 대부분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건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서명한 124개 나라의 법적 의무라며 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과 아르헨티나, 헝가리 등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담당 대표은 “이것은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이라며 “법원의 결정은 존중되고 이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실 대변인은 영국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래미 외교장관은 야당 시절인 지난 5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네타냐후가 영국에 입국하면 영국은 그를 체포할 법적 의무를 진다”고 말한 바 있다.
벨기에, 네덜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이탈리아 등도 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벨기에 외교부는 소셜미디어에 “범죄가 저질러지면 책임을 묻는 건 국제형사재판소를 지지하는 벨기에에서 우선순위가 높다”며 “이스라엘과 가자에서 벌어진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최고 수준에서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고,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는 이번 결정이 “매우 의미있는 조치”라며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카스파르 펠드캄프 네덜란드 외교장관은 체포영장 집행 의무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고,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은 “국제형사재판소가 해야 할 임무를 합법적 방식으로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재판부가 가장 공정한 기준에 근거해 사건을 다룰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스웨덴과 유럽연합은 재판소의 중요한 업무를 지지하며 재판소의 독립성과 윤리적 의무를 보호하고 있다”(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르드 스웨덴 외교장관), “네타냐후와 갈란트가 이탈리아에 오면 체포할 의무가 있다”(귀도 크레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는 각국 반응이 잇따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모두 국제법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제형사재판소의 규정과 결정을 따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다. 지난해 12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협약 위반 혐의로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성명을 내어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반인류 범죄와 전쟁범죄에 대해 정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환영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요아브 갈란트 당시 국방장관이 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든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등하게 놓을 수 없다”며 “우리는 항상 안보 위협에 맞서는 이스라엘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테러 조직의 끊임 없는 공격에 맞서 스스로 방어할 이스라엘의 적법한 권리를 무시하는 결정”이라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말도 안 되는 수치스러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인권단체는 한목소리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사무총장 아녜스 칼라마르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제 공식 수배범이 됐다”며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과 전체 국제사회는 이들이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불려나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인권감시단(Human Rights Watch)는 “이번 체포영장 발부가 법의 영역 밖에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