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양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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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8일,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음력 새해)를 사흘 앞두고 IT 기업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훙바오(紅包·붉은 봉투)’ 기능이 추가됐다. 보통 붉은 봉투에 넣어주는 세뱃돈을 모바일 결제 ‘위챗페이’와 연동해 휴대폰으로 보낼 수 있게 한 것이다. 게임 사업도 하는 텐센트는 채팅방에 친구 10명을 초청한 뒤 훙바오 5개를 보내 먼저 열어본 5명에게만 돈을 주는 기능, 총금액과 받을 사람 숫자만 설정해 무작위로 훙바오를 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이른바 ‘훙바오 낚아채기(搶紅包)’인데, 돌풍을 일으켰다. 이걸 하려고 위챗페이에 가입한 사람만 800만명이었다.
▶그 후 10년, 중국은 모바일 결제 보급률 86%의 ‘현금 없는 사회’가 됐다. 많은 중국인은 노점상에서도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읽어 결제하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심지어 거지도 QR코드를 목에 걸고 동냥한다고 한다. 하지만 BC카드 신금융연구소는 올해 8월 중국의 간편 결제 확대 배경을 분석하며 중국 내 ‘위조지폐의 만연’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2015년 중국 공안은 건국 이후 최대의 위폐 조직을 적발했다. 당시 현장에서 압수된 위조지폐만 2억1000만위안, 당시 환율로 380억원이었다. 중국 정부에 모바일 결제는 테크 산업 성장과 위폐 해결을 동시에 하면서 국민의 동향도 감시할 수 있는 ‘일석삼조’였을 것이다.
▶2011년 호주의 한 경영학자는 ‘빚’을 부정적으로 보는 중국 전통도 신용카드 보급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실제 한국인은 지난해 기준 1인당 평균 4.4장, 중국인은 평균 0.54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나중에 갚을 것을 믿고 거래하는 신용카드는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중국 내에서 신용카드 사기가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와 연동된 ‘은행 카드’는 대개 직불 카드를 뜻한다. 종이 화폐도 신용카드도 못 믿다 보니, 계좌에서 즉각 돈이 움직이는 모바일 결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인의 ‘종이돈’ 불신이 모바일 결제 확산으로 이어진 반면, 종이돈을 믿는 일본인들은 여전히 현금을 선호한다. 한국은 중간쯤 되는 것 같다.
▶8일부터 시행된 중국 ‘무비자’ 관광을 떠난 한국인들이 현금과 신용카드를 쓸 수 없어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국제 신용카드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과는 거리가 있어 물 한 병 사기도 힘들다고 한다. 외국관광객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바뀐 중국’인 셈이다.
[김진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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