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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사설] 대학이 달라져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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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회 중앙일보 대학평가, 최상위권 격차 촘촘해져





국민대 융복합, 아주대·광운대 연구 동기 부여 눈길





학부모·기업 34% “대학 절반 줄여야”…변화해야 생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기업과 산업은 물론이고 창작과 문화, 정치와 전쟁의 양상마저 바뀌고 있다. 엔비디아와 인텔의 대조적 모습에서 보듯 이 경쟁의 성패는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 대학과 교육 역시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특히 대학은 기술의 선도적 개발과 함께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변화하고 혁신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이번 주 발표된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결과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됐다. 그간 우수 자원을 뽑는 데만 관심을 기울일 뿐, 선발 이후에는 손을 놓았던 대학 풍토는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지핀 경쟁과 혁신의 분위기를 타고 바뀌어 왔다. 31회째를 맞는 2024년 평가에서도 달라진 대학들의 모습이 결과에 반영됐다. 그 키워드는 융복합과 국제화, 학생과 연구 환경에 대한 투자로 집약된다.

우선 최상위 5개 대학의 점수 격차가 현격히 줄어 간격이 촘촘해진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연세대는 1위 서울대를 불과 1점 차로 바짝 추격했다. 외국대학과의 학점 교류 비율, 외국인 학생 비율 등 국제화 관련 지표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준 결과다. 입시에서 우수한 학생을 독차지한 서울대가 학생 관련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점을 고려할 때 연세대의 이런 성과는 앞으로 더 큰 변화를 이끌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줄곧 앞섰던 한양대를 제치고 4위에 오른 고려대나, 2019년 이후 5년 만에 10위권(8위)에 다시 진입한 서강대 등 최상위권 대학들도 변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에 따라 순위가 급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순수 학문의 중심이던 수학과를 암호 수학 분야로 특성화해 K방산 분야 연구용역을 석권한 국민대는 융합·실용 학문의 위력을 톡톡히 보여줬다. 격려금이나 차량 지급, 강의시간 감축 등의 동기부여로 교수들의 연구 성과를 현격히 끌어올린 아주대·광운대의 사례도 눈에 띈다.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에게 공부하는 좋은 습관을 코칭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해 학생 이탈률을 크게 낮춘(3위) 인하대의 사례도 신선하다.

하지만 우리 대학이 마주한 엄혹한 현실도 분명히 드러났다. 의대 광풍 속에서 수도권 이공계 대학이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나마 처음으로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POSTECH· KAIST·UNIST·GIST)가 이공계 별도 평가에서 모두 10위권에 진입한 점이 고무적이다. 반면 지역 사립대학은 물론이고, 경북대를 제외한 지역거점 국립대조차 모두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결과는 지역 대학 경쟁력의 현주소를 여실히 반영하는 씁쓸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계속된 지원에도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와 그 해법에 대해서는 대학 사회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도 깊이 성찰하고 고민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탓에 대학들은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학생과 학부모, 기업 인사담당자 24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적정 대학 수가 150개 이하라는 답이 74%나 나왔다. 절반 이하로 줄이자는 답도 35%였다. 대학 평가는 단순한 줄세우기가 아니라 대학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해야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 제시다. 상위권 대학은 그들 나름대로, 성과가 부진한 대학도 상황에 맞게 자신들의 강점은 살리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엄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게 건강해진 대학이 배출한 인재만이 시대를 선도하고 사회를 이끈다.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도 이에 달렸다. 대학이 달라져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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