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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3각 파도’ 맞닥뜨린 한동훈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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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4개월 만에 첫 고비

조선일보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점검 당정협의회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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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온라인 당원 게시판 의혹’ ‘쇄신 동력 위축’ ‘리더십 논란’ 등이 겹치면서 취임 넉 달 만에 정치적 고비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23일 취임한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 위기를 겪었다. 그런 와중에 ‘여권 쇄신’과 ‘민생 우선’을 내세워 여당이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10·16 재·보궐 선거에서 텃밭 지역 승리를 일궈냈다. 하지만 이달 초 국민의힘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의 당원이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다수 올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로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여권 일각에선 “한동훈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기와 맞물려 한 대표의 쇄신 메시지가 전보다 줄어들고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불협화음 등이 노출되면서 리더십이 도전을 맞았다는 말도 나온다.

한 대표는 22일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어제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말씀드린 것으로 갈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더 답하지 않았다. 지난 5일 반한(反韓) 성향 한 유튜버가 의혹을 처음 제기한 후, 한 대표는 가족이 그 글을 썼는지와 관련해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전날에는 “당원 신분에 대해 (당원을 보호할) 당의 의무가 있다”고 했다. 정당법이 범죄 수사를 위한 당원 명부의 조사에는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게시글 작성자 신상과 관련된 내용을 조사·공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한 대표의 이런 대응은 “법률적으론 몰라도 정치적으론 납득하기 어려운 대응”이란 당내 반론에 부딪혔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내 가족이 안 썼다’고 한마디 하면 논란을 끝낼 수 있는데, 회피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한 대표는 취임 후 여권의 변화·쇄신을 강하게 요구하다가 최근 관련 발언을 줄였다. 한 대표는 지난 4일 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시점이 결정돼 발표되기 전까지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중단’ ‘국정 기조 전환’ 등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 후로는 “중요한 것은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힌 뒤 주로 대야(對野)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 부각을 통한 보수 결집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변화·쇄신을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투 트랙’ 전략을 실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쇄신 목소리가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 대표 측근들은 “25일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 대응에 당력을 모으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부 친윤계 인사는 “당원 게시판 논란 때문에 한 대표가 쇄신 요구를 못 하는 것 아니냐”는 공격까지 하고 있다.

한 대표는 내주 당내 민생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하는 등 민생 드라이브를 걸려 하고 있다. 하지만 취임 이후 원내 사령탑인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당내 의원 결집, 안정적 당정 관계 구축에서 여전히 한계를 보이면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신인 격인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정부의 쇄신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정책 역량 강화를 위해 당정 화합을 추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대통령실이 윤·한 갈등 여파로 한 대표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한 대표가 최근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있는 가상화폐 과세 유예론을 주도하는 것을 두고도 정책적 고민이 좀 더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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