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결론이 나온다. 지난 15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공직선거법 사건 선고 열흘 만에 받는 이 대표의 5개 재판 중 두 번째 1심 선고다. 금고형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 박탈로 차기 대선에도 못 나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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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재판史 엮인 위증교사…檢, 백현동 수사 중 발견

위증교사 혐의 자체는 단순하지만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은 복잡하다. 22년 전 2002년 5월 이 대표의 ‘검사 사칭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당시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을 취재하던 KBS PD가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것을 공모한 혐의(공무원자격사칭 공범)가 인정돼 PD와 함께 구속됐다가 2004년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18년 5월 경기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해당 벌금형 전과를 거론하자 이 대표는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 “제가 한 게 아니고 PD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는 게 문제의 발언이었다. 검찰은 이 발언을 당선 목적의 허위 사실 공표로 보고 ‘친형 강제 입원’ 관련 발언 등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같은 해 12월 기소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가 당시 재판 증인으로 출석하게되자 같은 해 12월 22~24일 전화로 “(KBS와 김 전 시장 간에)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면 딱 제일 좋죠”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듬해 2월 재판에서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한 김 전 시장과 KBS 간의 야합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백현동 의혹 수사 중 이 통화 내용을 발견하고 같은 해 10월 이 대표와 김씨를 각각 위증교사·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2018년 5월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남경필 자유한국당, 김영환 바른미래당, 이홍우 정의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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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죽이기' 있었나…대법원 무죄 판결 영향도 고려

재판 쟁점은 형법상 위증교사 요건인 ▶타인에게 위증을 시키려는 고의 ▶교사 행위, 즉 이 대표가 거짓임을 알면서도 김씨에게 허위 진술을 요청했는지 여부다. 위증교사 요건엔 ▶실제 허위 진술 행위도 필요한데, 이는 김씨가 본인의 위증 혐의 재판 초반부터 “위증을 한 게 맞다”고 자백해 충족된 상태다.

먼저 이 대표가 말한 ‘KBS와 김 전 시장 간의 교감’에 대한 실체가 공방 대상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해당 증언을 요청하던 중 김씨가 “내가 그때 (김 전 시장) 수행을 안 하고 있었다”고 말했음에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한 점을 주목한다. 김씨가 당시 상황을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음에도 증언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22년 전 검사 사칭 사건에서) 자신을 주범으로 몰기 위한 협의가 존재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은 본인의 죄를 은폐하기 위한 허구에 불과하며 본인도 이를 명확히 인지했다”며 “그런데도 ‘오래돼 기억이 안 난다’는 김씨에게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인 ‘협의’라는 것이 실제 존재했던 것처럼 주입하며 증언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대표는 ‘이재명 죽이기’ 분위기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 대표와 김씨와의 통화 중엔 “김 전 시장과 KBS가 내게 덮어씌우려 한다”는 이 대표 말에 김씨가 “사실은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라고 호응하는 대화도 있다. 이 대표는 통화 중 “내가 타깃이었던 것, 매우 정치적인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다는 점들을 좀 얘기를 해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주원 기자

김씨의 재판 증언이 이 대표의 뜻에 맞춘 것인지도 중요하다. 검찰은 결심에서 “이 대표는 김씨가 ‘어떤 취지로 해야 하는지 말해달라’고 하니 ‘변론요지서를 보내겠다’고 했다”며 “본 재판에서 김씨는 이 대화와 관련해 ‘기억대로가 아니라 이 대표가 주장한대로 증언해 달라고 했던 것’으로 증언, 노골적인 위증교사 행위가 확인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검찰이 녹취록을 짜깁기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녹취록엔 “있는 대로 말해달라”, 안 본 것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것은 아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이 담겼다. 이 대표는 결심에서 “김씨가 ‘맞춰서 진술하겠다’고 이야기하길래 유난히 ‘있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하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의 위증이 공직선거법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고려된다. 해당 재판은 2019년 5월 1심 무죄, 2019년 9월 2심 벌금 300만원을 거쳐 2020년 7월 대법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결심에서 검찰은 “위증으로 무죄를 받았다”고 못 박았지만, 이 대표는 “김씨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죄 선고가 날 경우 양형도 관심사다. 위증은 ‘법원을 속이는 범죄’로 봐서 다소 엄하게 처벌하고, 위증을 교사한 행위는 형량이 더 가중된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위증 범죄는 기본 징역 6개월에서 1년 6개월, 감경될 경우 징역 6개월 이하, 가중될 경우엔 최대 징역 3년형까지 가능하다. 이 중 검찰은 최대치인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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