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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펄프 아닌 해조류로 제지···무한 가능성 나노셀룰로오스[빛이 나는 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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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종이 석학' 2인 인터뷰

에노마에 토시하루 츠쿠바대 교수

"정보 매체에서 패키징 도구로 변모

펄프 아닌 해조류로 대량 생산 가능"

이소가이 아키라 도쿄대 교수

"나노셀룰로오스 국제 특허 안 냈다

누구라도 널리 이용해 줬으면 한다"

어떤 이들은 전자 매체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종이의 시대가 이미 저물었다고 말한다. 기록과 저장이라는 용도가 이제는 더 이상 큰 의미를 갖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만난 이소가이 아키라 도쿄대 교수, 에노마에 토시하루 츠쿠바대 교수 등 ‘종이 석학’ 2인은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종이는 여전히 사회·문화적으로 큰 효용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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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마에 토시하루 교수는 일본 츠쿠바 대학교의 생물자원과학부 교수로 종이와 바이오매터리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종이의 문화적 속성, 전자기기 적용 가능성, 그리고 인쇄 과학 등을 연구 중이다. 뿐만 아니라 종이를 기반으로 한 전자 기기와 종이 센서 개발 등 다양한 응용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Q. 종이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처음에는 종이가 정보 전달 매체라는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면 최근에는 포장재 등의 측면에서 종이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Q. 나무가 아닌 해조류로 종이를 만드는 연구를 했는데 어떤 이점이 있나.

A. 해조류는 성장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섬유가 너무 얇아서 투명한 색이 된다. 하지만 탄산칼슘을 필러(첨가제, 증량제)로 이용하면 종이가 좀 하얗게 돼 일반적인 종이에 가까워진다.

Q. 미래 기술을 어디를 향하게 될 것이라고 보나.

A. 지금까지는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장치 등 여러 장비들에 비해 정보를 담는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단지 ‘사용자 친근감(user friendly)’ 측면에서 보면 사람들이 디지털 매체보단 종이를 선호한다. 이런 경향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 정보 전달과 관련해선 이용이 줄고, 포장 용도의 사용 가치는 더 높게 평가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종이 센서, 전자기기 등 신소재로서의 가치는 높지 않은지.

A. 종이 센서는 가격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 사용하고 바로 버릴 수 있고 분해되는 성질도 있어 좋다. 실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센서는 종이 회로든 금속 회로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로 제작돼야 한다. 흙이나 논밭에서 토양 산도와 온도를 측정할 때 회로를 올려 놓아야 한다. 이때 측정을 하고 기계를 회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종이로 만든 센서는 분해되기 때문에 그냥 둬도 문제가 없다. 친환경적인 장점이 있다. 반도체 회로를 예로 든다면 반도체를 부도체인 종이 기판을 얹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Q. 훼손된 고문서 복원 권위자라고 들었다. 전자 매체가 기록, 저장에 더 유리하지 않나.

A. 나는 생각을 달리 한다. 디지털 매체야 말로 한번에 지워질 수 있다. 과연 안전하게 정보를 보호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따라서 종이와 디지털 매체 모두에 보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일본의 경우는 아직까지 역시 종이로 만든 교과서가 우선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종이 교과서를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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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가이 아키라 도쿄대 교수는 일본 도쿄대의 생체재료과학과 특별교수다. 셀룰로오스 나노섬유를 최초 개발한 권위자로 정년 퇴직 후에도 학교에 남아 목재 과학과 바이오소재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폴리사카라이드 화학과 관련한 연구를 통해 환경친화적인 재료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소재 개발을 위해 현재 일본제지와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Q. 펄프로 만든 제품들은 쉽게 부스러지는데 나노셀롤로오스 철보다 강하다고 한다. 강한 이유가 촉매 산화 반응 때문인지.

A. 나노 파이버 하나에 분자가 연결돼 있어서 그렇다. 분자는 쉽게 꺾어지지 않는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렉세스 도장에도 사용된다. 나노파이버가 들어가 있는 스프레이 뿌리면 도장면이 굉장히 빛나게 된다. 액체로 뿌리는 데, 이 액체가 고정이 되면 고체로 변화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Q. 종이를 코팅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A. 산소가 절대 통과할 수 없다. 그래서 약품 포장지와 같이 절대 공기가 통하지 않는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보통 알약 포장은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으로 하는데 종이로도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Q. 우유팩이랑 멸균팩 안에도 쓸 수 있다는 것인가.

A. 우유팩에다 하면 정말 좋다, 인체에 정말 해가 없다고 자신한다.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Q. 한국에서는 나노 셀룰로우스가 강철보다 5배 강해서 방탄복 소재로 쓴다고 알려져 있다.

A.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헌법상 전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방탄복 같은 분야는 연구할 수가 없다. 메디컬 분야에서도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도전해 보지 못했다.

Q. 특허권은 누가 갖고 있나.

A. 동경대가 갖고 있다. 2012년에 등록 했는데 일본의 특허권은 10년 동안 유효하다. 그런데 국제 특허 등록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 핀란드, 미국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다. 국제 특허를 하지 않았으니 널리 쓸 수 있기를 바란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써라.

Q. 상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나.

A. 지금은 꿈이지만, 10년 후에는 핑크색 타이어가 나오고 초록색 타이어가 나오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카본 블랙을 빼게 되면 아예 타이어의 색깔이 까만색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제품이 나올 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줬으면 한다.

Q. 제지 산업이 쇠퇴하고 있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

A. 그렇게 생각한다. 준비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북유럽, 캐나다 등 산림이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제지산업이 어렵다. 수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활성화됐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이런 신소재는 확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다. 나노셀룰로오스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보충 설명한다면 앞으로 종이 포장지, 재활용 문제, 나노 셀룰로오스, 이 세 가지가 앞으로 제지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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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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