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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트럼프의 재선은 '소련 붕괴' 이래 최대의 역사적 격변 [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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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국 국내 정치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심판이나 중계자보다는 '선수'로 뛰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영국 언론이 그 논평에 깊이도 있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명한 정치철학자 존 그레이가 영국의 시사평론지 뉴스테이츠먼(11일 13일자)에 기고한 미국 대선 평가는 신랄합니다. 그는 이른바 '정체성 정치'에 매몰되어 러스트벨트의 백인들을 보지 못했던 미국 민주당이 스스로를 망쳤다고 비판합니다. 존 그레이의 '리버럴리즘'이라는 표현이 영국식 자유주의와 미국식 진보주의를 아우르는 표현이라 읽을 때 고개를 갸웃하게 되긴 하지만, 그는 시장의 자유를 확대해온 탈냉전시대의 세계화가 미국 러스트벨트의 백인들을 희생시켰고, 이들이 그러한 세계화에 반기를 든 것이 이번 미 대선의 본질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민주당은 여전히 트랜스젠더 타령이나 하고 있었으니 대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획기적인 점이 있는데, 미국의 블루칼라 노동자가 민주당을 버리고 공화당을 지지하기 시작했고, 민주당은 대졸 '화이트칼라 엘리트'의 정당으로 규정되었다는 점입니다. 미국 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대패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존 그레이의 이 비판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존 그레이가 말하는 트럼프식의 '리버럴하지 않은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미국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그의 비판은 비단 미국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역시 세계화에 따른 그림자가 있습니다. 이 그림자를 알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한국 역시 '리버럴하지 못한' 정치에 빠져들 것입니다. 어쩌면 이미 빠져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팜비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행사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11.1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팜비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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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은 카말라 해리스의 선거운동 막바지인 10월 29일, 트럼프 지지자들을 "쓰레기"라고 표현하며 판을 망쳤다. 보좌진은 바이든의 발언 기록에 따옴표를 삽입하여 수정했는데 이는 트럼프에게 재선을 안겨준 다수의 유권자들이 아닌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지지 집회 연설자를 지칭했다고 암시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오렌지색 안전조끼를 입고 쓰레기 수거차를 몰고 위스콘신 집회장에 등장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비슷한 복장을 한 지지자들이 그를 환영했다. 미래의 역사가들은 이를 트럼프가 거둔 압도적 승리의 전조로 기록할 것이다.

해리스의 선거운동을 망쳤지만 바이든은 많은 진보적 리버럴들이 느끼는 감정을 대변했다. 흔들리지 않는 트럼프의 인기에 망연자실한 그들은 트럼프에게 투표한 동료 시민들을 추악하고, 비이성적이며, 사고능력이 없는 존재로 비난한다. 민주당을 참패로 이끈 하이퍼리버럴(hyper-liberal)들은 미국의 인종차별 성차별의 비극적 희생자일 뿐, 도덕적으로 결점이 없고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실재함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미국 대선은 계급의 문제였다. 도시의 황무지에서 절망하고 죽어가는 미국의 산업 노동자들은 진보의 쓸모없는 희생자로 여겨져 버림받았다. 대졸 "지식 노동자들"의 새로운 계급은 찬란한 미래를 향해 즐거이 행진했다. 2016년의 지각변동은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역사는 다시 원래의 궤도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진보 세력의 통치가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트럼프의 재림은 소련의 붕괴와 그 지정학적 결과에 비견할 만한 역사적 전환점을 의미한다. 바로 리버럴한 세계 질서의 결정적 종말이다.

미국의 정권 교체로 미국의 보호에 의존해온 국가들은 피할 수 없는 선택에 직면했다. 스스로를 무장하고 방어하거나, 아니면 떠오르는 권위주의 세력들과 화친해야 한다. 이제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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