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가문이 대통령 별장으로 넘긴 집,
유지비 부담으로 반납한 뒤 트럼프가 사…
마러라고는 사교클럽 역할, 재산세 낮아
지난 11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마러라고 리조트 앞에서 해양 경비대의 보트가 순찰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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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모든 인선이 이뤄지고 '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팀의 일원이 집결해 비밀회의를 하는 곳. 지금 미국은 워싱턴 백악관보다 플로리다 팜비치 당선인의 개인 저택이자 고급 사립 클럽인 마러라고(Mar-a-Lago)로 모든 권력이 집결하고 있다. 선거 전 모금 행사를 비롯해 선거 당일 개표 관람까지 트럼프를 둘러싼 모든 배경화면에는 마러라고가 있다. 건축주의 바람대로 마러라고는 다시 대통령의 겨울 백악관이 됐다.
마러라고가 지어진 건 100년 전인 1924년. 당시 미국에서 가장 부유했던 포스트 곡물의 상속녀 마조리 메리웨더 포스트는 따뜻한 플로리다 팜비치 사우스오션가 1100번지에 겨울용 주택을 지었다. 1927년 완공된 마러라고는 현재 126개의 객실을 갖춘 5810㎡ 규모의 대저택으로, 포스트가 이혼한 후에도 겨울 휴양지로 삼아 자산 무도회와 고위인사들을 위한 만찬과 스퀘어댄스 파티를 열었다.
노년의 포스트는 1973년 미국 대통령들이 휴양지로 쓰도록 마러라고를 미국 정부에 맡겼다.
트럼프의 저택이자 사교클럽인 마러라고 내부 전경/사진=마러라고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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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비치=AP/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AFPI)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바 있다. 2024.1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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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리처드 닉스,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등 당시 대통령들은 호화롭고 외딴 마러라고에서 겨울을 보내지 않았다. 이런 대저택을 유지하는 데 혈세를 써야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결국 정부는 10년 후 소유권을 다시 포스트 재단으로 이전했고, 이를 트럼프가 1985년 1000만달러에 사들여 개조했다. 현재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약 3000만달러(420억원)다. 흥미로운 건 팜비치 타운 세무평가자의 마러라고 평가액이 이에 못 미치는 2000만달러라는 것. 케네디 가문이 소유했던 훨씬 작은 팜비치 단지도 수년 전 7000만달러에 매각된 바 있다.
30년 세월 마러라고의 가치가 그대로라니 대체 무엇 때문일까. 비밀은 트럼프와 팜비치 타운 간 맺은 협정에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1990년대 초 사업 실패로 마러라고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트럼프는 1993년 부지를 사립 클럽으로 바꿔 관리에 사용할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게 했다. 협정에 따라 클럽 회원수는 500명으로 제한되고, 입회비는 50만달러, 연회비는 2만달러다. 개인주택이 아닌 사교클럽으로만 부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주택 개발이 불가능하다.
트럼프의 '겨울 백악관'으로 통하는 마러라고 사교클럽 내부/사진=마러라고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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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그의 첫 부인인 이바나 트럼프는 1995년 마러라고클럽을 설립해 해변과 수영장 편의시설, 결혼식 등을 위한 이벤트 공간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트럼프가 대선 후보를 떠나 대통령으로 두 번이나 재임하게 되리라곤 트럼프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을 터다. 마러라고는 트럼프라는 새 주인을 만나 대통령의 겨울 별장이자 겨울 백악관이 됐지만 불명예도 함께 얻었다. 트럼프 민사 사기 사건의 핵심 쟁점이 이곳 마러라고의 평가액이다.
앞서 아서 엔고론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판사는 트럼프가 마러라고의 가치를 부풀려 대출 가능한 액수를 부풀렸다고 판결했다. 반면 트럼프는 4월 증언에서 시가가 10억달러(1조4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며 마러라고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에 비교했다. 연방검찰은 트럼프 퇴임 후 불법으로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에 보관했다고 트럼프를 기소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배경으로 주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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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에 따르면 팜비치 현지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마러라고의 가치가 적어도 수억달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토지의 용도가 주택이 아닌 사교클럽일지라도 '트럼프 프리미엄'이 있어서 억만장자들이 입찰에 참여하면 1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추산이다. 물론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현재 '제로'(0)에 가깝다. 2022년 마러라고에 청구된 재산세는 약 6만2000달러(현 환율 8700만원). 트럼프가 주장한 가치를 감안하면 과소한 세금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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