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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플라스틱 오염의 대가…개도국 취약계층이 짊어진 환경 불평등 [황덕현의 기후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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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플라스틱 차이나'…세계 플라스틱 무역 단면 조명

11세 소녀, 교과서 대신 쓰레기 분류하며 생계 이어가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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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라스틱 차이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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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중국의 한 공장, 11세 소녀 이지에(Yi Jie)는 학교 대신 공장으로 출근했다. 교과서 대신 잡은 건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포장지엔 영어나 스페인어 등이 인쇄돼 있다. 해외에서 온 쓰레기는 이지에의 건강과 교육, 미래에 대해 꿈꿀 수 있는 희망을 잠식했다.

중국의 왕지우량 감독은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조명했다.

25일 부산에서 시작하는 유엔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재활용과 생산량 감축을 놓고 선진국과 산유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플라스틱으로 인한 자연 훼손과 생산·소비 사이 부익부 빈익빈을 꼬집어 눈길을 끈다.

2022년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시작한 플라스틱협약 회의는 '해양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문서 성안'을 목표로 달려왔다.

현재 협상 최대 쟁점은 화석연료에서 뽑아낸 새 플라스틱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규제다. 유럽연합(EU)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는 협약문에 '정량적 감축목표'를 명시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중국과 산유국 등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한때 세계 최대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국이었다.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절반이 중국으로 들어왔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값싼 노동력과 느슨한 환경 규제 속에서 처리돼 왔고, 그 결과 노동자들은 독성 가스와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주변 환경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지에가 일했던 산둥성의 작은 공장도 이러한 세계 플라스틱 무역의 단면을 보여준다.

'플라스틱 차이나'는 이러한 현실을 세밀하게 드러내며, 단순히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의 문제를 넘어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 불평등까지 고발했다. 영화 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은 세계 소비 사회의 이면에서 숨겨진 대가를 상징한다.

플라스틱 포장을 보낸 선진국은 플라스틱 감축을 촉구하고 있으나 사실 개도국 취약계층의 '플라스틱에서의 생존'을 위협하는 아이러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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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상징인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855톤)가 12일 부산항 북항 해상에 묘박 중이다. 2024.11.1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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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5에서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과 재활용 확대 방안을 두고 첨예한 논의가 예상된다. 선진국들은 생산량 제한과 규제 강화를 요구하지만, 산유국과 일부 개발도상국은 경제적 이익과 성장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사이 플라스틱 폐기물의 피해는 저소득국으로 전가되고 있다. 왕지우량 감독이 지적한 '플라스틱 피해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는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현재진행형이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한 재활용 논의를 넘어 생산과 소비의 구조적 불평등을 함께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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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현 사회정책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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