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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계좌 관리 편해지지만 돈 쏠리면…" 예금자보호 1억 상향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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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역풍 온다①

[편집자주] 예금자보호 한도가 24년만에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간다. 평균 7개 계좌로 분산예치한 국민들의 편의성이 올라가지만 한편으론 머니무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우려도 크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조기에 안착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머니투데이

주요국 은행업권 예금자 보호한도 비율, 보호한도에서 보호예금자수 비율, 2023년 3분기말 기준 업종별, 업권별 대출 비중/그래픽=윤선정



이르면 내년 12월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2001년 이후 24년만의 한도 상향으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진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낮아 평균 7.4개 계좌로 분산 예치했던 금융소비자 편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금리가 높은 2금융권 자금 쏠림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여야가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이르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여야간 이견이 없어 은행, 금융투자,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전 금융업권의 예보 한도가 동일하게 1억원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시행시기는 개정 법안 공포 후 1년 유예가 유력하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12월부터 보호 한도가 2배로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2001년 금융회사별로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23년간 유지돼 왔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은행업권 보호한도 비율은 약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 주요국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었다.

내년 12월부터 전 업권이 동일하게 1억원으로 한도가 상향되면 소비자 편익이 제고된다. 현재도 5000만원 이하 예금이 전체의 98.1%로 대부분 보호가 되고 있으나 이는 5000만원 이하로 분산예치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예금자 1인당 평균 약 7.4개의 금융회사 계좌를 보유 중으로 분산예치를 해 온 금융소비자는 계좌통합 관리에 따른 편의성이 올라갈 수 있다.

다만 24년만에 큰 변화로 인해 2금융권 자금쏠림 우려도 큰 상황이다. 예보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관련 법률에 따라 자체 기금으로 보호되고 있는 상호금융권도 동일 수준으로 한도가 올라간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예금금리가 높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으로 자금 이동이 예상된다. 고금리 저축은행 예금이 지금보다 최대 40%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2금융권의 자금쏠림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고위험 분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은 코로나19 시기에 고금리 예금을 예치해 부동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이로 인해 대출 부실이 커지고 연체율이 치솟아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뱅크런(대규모 자금이탈) 위기까지 겪었다. 일각에선 보호 한도 상향 시점에 맞춰 상호금융권 비과세 혜택 축소를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금융권의 경우 자금 관리나 내부통제 측면에서 은행권 대비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이후 능력 대비 과도한 자금쏠림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면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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