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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잘나가던 회사가 '챗GPT' 뜨자 주가 99% 폭락…"가만히 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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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후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 생활 구석구석에 스며들고 있다. AI가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이로 인해 어떤 업체는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어떤 기업은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이며 성장세를 보인다. 23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챗GPT의 피해자가 된 기업들의 공통점'(What ChatGPT's corporate victims have in common)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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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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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99% 폭락한 온라인 교육업체 체그

이코노미스트가 가장 먼저 챗GPT의 피해자로 든 예는 미국 온라인 교육업체 체그(Chegg)다. 치킨(chicken)과 에그(egg)를 합친 체그는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학생들의 전자게시판으로 시작됐다. 2000년대 교재 대여 업체로 사업모델을 전환한 체그는 2010년대들어선 사람이 만든 온라인 스터디 가이드를 제공하는 업체로 변모했다.

이후 체그는 학생들이 과제에 대한 도움을 받거나 베끼기 위한 자료를 찾기 위해 자주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학교들이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체그의 유료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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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그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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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챗GPT의 등장은 상황을 완전히 바꿔놨다. 학생들은 체그 유료 구독을 취소하고 대신 무료 챗봇에 질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체그에서 교재 문제에 대한 사전에 올라온 정답 혹은 전문가의 맞춤형 도움을 얻기 월 최대 19.95달러를 지불해온 구독자 50만명 이상이 구독을 취소했다. 체그 주식은 2021년 초 이후 99% 급락했으며 시총 145억달러(약 20조원)가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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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그 구독자 수/그래픽=이지혜


투자은행 니드햄(Needham)의 대학생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4년 가을학기 응답자 중 30%만 체그를 쓸 것이라고 대답했는데, 이는 봄 학기(38%) 대비 8%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대신 62%가 챗GPT를 쓸 것이라고 응답했다. 봄 학기(43%) 대비 19%포인트 증가했다. 니드햄의 라이언 맥도널드 애널리스트는 "(챗GPT로 인한) 체그 실적에 대한 역풍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우려했다.

체그 내부에서도 AI 활용 얘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22년 무렵 대면 수업 전환으로 체그의 사업이 격변할 때 직원들이 답변 자동화용 AI 도구 개발을 위해 자원 지원을 요청했으나 경영진은 이를 거부했다. 일부 체그 직원들은 초기 챗GPT의 오답을 보고서 회사가 위험한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체그 말고도 생성형 AI에 의해 망가진 기업은 더 있다. 개발자를 위한 온라인 포럼인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를 운영하는 스택 익스체인지다. 스택 오버플로우는 개발자들이 난해한 코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주 찾는 사이트였으나 이제 개발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깃헛(Github) 코파일럿 같은 AI 코드 어시스턴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간 스택 오버플로우의 월간 트래픽이 반 토막 나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운명을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의한 죽음'으로 묘사했다.


AI 피해기업이 주는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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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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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AI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기업들이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 중 하나는 AI가 약간의 조정만으로 기존 기업이 하는 일을 따라 할 수 있을 때 기업이 가장 위험에 처한다는 점이다. 챗GPT는 이미 텍스트 번역, 코드 작성에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추가로 맞춤 설정하면 휴가 계획과 예약, 구직 후보자 연락 등 AI 도구가 잠재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체그의 사례도 그렇다.

다른 방향에서 교훈은 만약 회사가 AI의 직접적 악영향을 받는 경우, AI 기술을 활용해 독창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회사 보호에 도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어 학습플랫폼 듀오링고는 이러한 성공 사례다. 챗GPT는 괜찮은 프랑스어 과외 교사를 모방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듀오링고를 AI 시대의 승자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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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듀오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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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링고의 '릴리' 시연 장면/사진=듀오링고 유튜브지난 9월 듀오링고는 사용자가 AI로 생성된 캐릭터 '릴리'(Lily)와 언어 실력을 연습할 수 있는 화상 채팅 기능을 공개했다. 지난 6일에는 냉소적인 성격의 이 캐릭터가 어닝콜에 참여해 회사 실적을 발표했다.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는 호평했고 이후 며칠 동안 회사의 주가는 6% 올랐다. 지난 21일 미국 나스닥 증시에서 듀오링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341.6달러로 마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AI가 많은 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영리한 혁신이 잠재적 피해기업으로 하여금 어두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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