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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영상]민간서 20년 만에 초음속 돌파…주인공은 ‘비행기 옷 입은 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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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2 오로라’ 무인기, 마하 1.1 비행 성공

민간기로서 2003년 콩코드 퇴역 뒤 첫 초음속

제트엔진 아닌 로켓엔진에서 동력 얻어 비행

고도 25㎞ 달성…향후 우주 시작 ‘100㎞’ 목표

경량 과학 장비 운송…지구 관측 용도로 활용

경향신문

뉴질랜드 우주항공기업 던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무인기 ‘Mk-2 오로라’가 지난 12일(현지시간) 고도 25㎞를 비행하던 중 기체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한 주변의 모습. 이날 Mk-2 오로라는 마하 1.1로 비행해 민간기로서는 콩코드기 이후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던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지구의 부드러운 곡선이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을 배경 삼아 길게 펼쳐진다. 지상의 도로나 건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는 깊은 고즈넉함이 주변을 가득 메운다.

이곳은 고도 25㎞ 하늘이다. 국제선 민간 항공기 비행 고도의 2.5배다. 여기까지 치고 올라온 화면 속 비행기는 매우 중요한 기록을 하나 세웠다. 비행 중 음속(초속 340m)을 돌파했다. 2003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퇴역한 이후 민간에서 처음으로 초음속 비행을 달성한 것이다.

이 영상은 뉴질랜드 우주항공기업 ‘던 에어로스페이스’가 자신들이 개발한 기체의 시험비행 모습을 촬영해 지난주 인터넷에 공개한 것이다. 너무 빠르고, 너무 높이 올라가는 이 비행기는 왜 만든 것일까.

가장 빠른 민간 비행기 등극


영상 속 비행기 이름은 ‘Mk-2 오로라’다. 중형 승용차와 비슷한 길이(4.8m)의 동체에 삼각 날개가 붙어 있다. 중량은 400㎏이고, 사람은 타지 않는 무인기다.

지난주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회사 공식자료를 통해 “Mk-2 오로라가 지난 12일 뉴질랜드 글렌테너 비행장을 이륙한 뒤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다”며 “이로써 지구에서 가장 빠른 민간 비행기 자리에 올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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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뉴질랜드 기업 던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무인기 ‘Mk-2 오로라’가 고도 25㎞를 비행하고 있다. Mk-2 오로라는 이날 마하 1.1 비행 속도를 달성했다. 던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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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2 오로라가 이번에 달성한 비행 속도는 마하 1.1(시속 1346㎞)이다. 소리보다 1.1배 빨랐다는 뜻이다. 전투기에서라면 특별하지 않은 속도다. 하지만 민간에서 마하 1.1의 의미는 다르다.

세계에서 한때 가장 빠른 민간 비행기였던 콩코드는 최고 마하 2까지 날았지만, 2003년 모두 퇴역했다. 그 뒤 민간에서 초음속 비행기를 만든 적은 없다. 무인기이기는 하지만 20년 이상 명맥이 끊겼던 초음속 민간기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마하 3.5를 달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인간이 만든 어떤 비행기도 실현한 적 없는 속도다. 인천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2시간30분이면 거뜬히 도착할 수 있다.

초고속을 구현하는 Mk-2 오로라는 신속한 공중 관측이나 촬영이 필요한 재난 상황에 쓰기에 적합하다. 수해나 해양 기름 유출이 생겼을 때 빠르게 이동해 피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체 길이(4.8m)가 비교적 짧은 것도 이런 즉각 대응 능력을 돕는 요소다. 1000m짜리 활주로만 있으면 언제든 뜨고 내릴 수 있다. 이 정도 길이의 활주로는 흔하다. 전 세계에 약 5000군데가 있다.

‘100㎞’ 틈새 고도 메워


그런데 따지고 보면 Mk-2 오로라는 전형적인 비행기는 아니다. 현지 당국에서 행정적으로는 비행기로 승인받았지만 하늘뿐만 아니라 우주도 난다.

실제로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초음속 비행 때 Mk-2 오로라를 고도 25㎞까지 올라가도록 했지만, 조만간 상승 고도를 최대 100㎞까지 밀어붙일 예정이다. 100㎞는 ‘카르만 라인’으로 불리는 우주의 시작점이다. 이 때문에 Mk-2 오로라는 제트엔진이 아니라 로켓엔진을 장착했다. 비행기 형상을 한 로켓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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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를 떠나 하늘로 상승하는 ‘Mk-2 오로라’ 모습. 길이 4.8m의 무인기로, 로켓엔진을 장착했다. 던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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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100㎞는 일반적인 비행기로 올라가기에는 너무 높다. 공기가 희박해 제트엔진을 돌릴 수 없어서다. 그렇다고 보통의 로켓으로 가기에는 너무 낮다. 인공위성 운반을 목적으로 발사되는 상업용 로켓이 도착 목표로 삼는 곳은 대개 고도 200㎞ 이상이다. 이보다 낮은 고도에서는 위성이 물리학적으로 지구 궤도를 지속해 돌기가 어렵기 때문에 로켓이 갈 일도 별로 없다. Mk-2 오로라는 기존 비행기와 로켓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Mk-2 오로라는 최대 5㎏짜리 탑재물을 실을 수 있다. 경량 과학 장비를 적재하고 상승해 소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높은 고도의 중력과 대기를 살피고, 지상 생태계 변화 등을 촬영해 지구 환경을 연구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k-2 오로라는 최대 1000회 뜨고 내릴 수 있다. 정비 시간 등을 감안하면 하루에 두 차례 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쓰고 버리는 대부분의 로켓보다 운영 비용이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던 에어로스페이스는 “Mk-2 오로라의 상업비행을 수개월 안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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