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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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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만 된다고?”...커플 4000명 10억 걸린 논란,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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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아이폰 웨딩스냅 업체’ 포트폴리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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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피해자 약 3900명 응답, 피해금액 약 9억1000만원 입니다”

지난 12일 예비 부부 약 30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9억원이라는 액수에 술렁였다. 전국 각지에서 결혼을 준비하던 커플들 수 천 명이 단톡방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이들이 지불한 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영업중단을 알려온 ‘아이폰 웨딩스냅 촬영’ 업체들 때문이다. 적게는 10만원대부터 많게는 100만원에 이르는 환불되지 못한 금액이 도합 10억원에 육박할 기세다. 결혼식을 앞둔 수 천 명의 커플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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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웨딩 스냅. 자료사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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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한다는 ‘아이폰 스냅’...“내 결혼식 아이폰으로 찍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폰 스냅’은 최근 몇년새 예식장에 등장한 새로운 풍경이다. 전문 장비로 예식 전반을 촬영하는 사진작가 근처에서, 그림자처럼 아이폰 기본 카메라로 촬영하는 이들이 ‘아이폰 스냅’ 작가다. 촬영에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아닌, 아이폰 최신 기종이 동원된다.

아이폰 스냅의 장점은 예식 직후 결과물을 바로 받아볼 수 있고 신혼여행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예식사진을 업로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DSLR 촬영물보다 결과가 빨리 나와 몇 년 새 결혼식 필수 옵션으로 부상했다.

문제는 아이폰 촬영의 진입 장벽이 현저하게 낮다는 점이다. 수요가 늘어나자 본업을 따로 둔 채 주말이면 아이폰 스냅작가로 변신하는 N잡러(2개 이상 직업을 가진 사람)가 속속 등장했고, 공급이 늘어날수록 촬영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속속 나왔다. 이번 사건은 그 와중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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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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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바 작가였다” 해고 당한 사진작가 A씨의 폭로戰
사건은 지난 17일 한 사진 작가 A씨가 시작한 폭로가 촉발했다. 한때 아이폰 스냅촬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A씨는 자신의 SNS에 아이폰 스냅업체 상당수가 한 곳의 인력시장에서 외주로 작가 인력을 끌어오고 있다고 알렸다. 이후 A씨가 개설한 오픈카톡방에 해당 업체 계약자들을 한 데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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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A씨가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보낸 메세지.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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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폭로를 접한 계약자들은 전담 작가들이 촬영에 나서는 줄 알았다며 업체에 분개했다. A씨는 이 카톡방에서 전담작가가 고품질 사진을 촬영한다고 홍보해 온 업체의 상당수가 사실상 사진작가 ‘알선업체’라며 아이폰 스냅 업계의 문어발식 구조에 대해 추가로 까발렸다.

계약자들이 허위·과장 광고를 의심했던 업체들은 사태 초반 ‘환불’을 약속하며 계약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오픈카톡방 참여자가 수 천 명으로 불어나고 환불 요구가 겉잡을 수 없이 번지자 태도를 바꿨다. 이들 업체들은 고객문의 폭주로 모든 업무가 마비됐다는 핑계로 관련 응대를 모두 중단했다. 이후 구체적 환불 시점에 대해 어떤 확답도 주지 않은 채 감감 무소식이다. 당장 이번 주말 결혼하는 커플들마저 22일 오후에야 ‘노쇼’ 공지를 받았다.

“그런데 말입니다”...논란업체, 알고보니 줄줄이 한 뿌리
실망과 분노에 휩싸인 예비 부부들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이곳에서 최초 폭로자이자 카톡방 개설자인 사진작가 A씨는 10여개 아이폰 스냅업체로 작가 인력을 공급한 강모 씨의 존재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논란이 된 스냅 업체들이 결국 강모 씨가 운영하는 한 인력업체와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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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스냅업체 대표들 일부가 과거 함께 부동산을 운영하며 올렸던 단체 사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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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따르면, 강모 씨는 과거 부동산, 과일가게 등 다양한 업종으로 사업을 펼쳐왔던 사업가다. 그는 자신의 사업 수완을 발휘해 다른 업종 동업자들에게 ‘아이폰 스냅업체’ 창업 컨설팅을 제공했다. 이후 강 씨의 인력업체가 알선한 아이폰 스냅 작가들을 기용해 업체를 운영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강 씨는 수차례 억울함을 토로했다. 고용 형태와 관련한 진위 여부 보다는, 자신들은 ‘실력 미달’ 아르바이트생을 작가로 둔갑시킨 사기집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이들의 해명을 종합하면, 강 씨가 각 업체로 알선한 스냅촬영 작가들은 ‘자체 교육 커리큘럼’을 거쳤다. 작가 관리를 위해 일부 인원은 실력·태도 미달 등의 사유로 중도에 해고하기도 했다. 최초로 관련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나선 사진작가 A씨 역시 일찌감치 해고당한 작가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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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스냅작가 인력업체를 운영하는 강모 씨가 올린 입장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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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스냅작가 인력업체를 운영하는 강모 씨가 올린 입장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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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소비자들은 이들이 아이폰 스냅업계의 인력수급 구조에 대해 ‘굳이’ 숨겨왔다는 점에서 업체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한 계약자는 “먼저 논란이 터진 업체를 거론하면서 여기도 그런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전혀 관련 없다고 안심시키더라. 알고보니 거짓말이었다”며 분개했다.

계속된 환불요구 속에 강 씨는 20일 인력업체 스냅 작가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해당 업체에서 작가로 일했던 B씨는 “당장 이번주 일정도 제대로 고지받지 못한 채 쫓겨나 본의 아닌 민폐를 끼치게 됐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다른 작가 C씨는 “주말에만 한 두건 있고 보수도 적은 아이폰 촬영이 어떻게 본업이겠냐”며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일했다고 해서 허투루 촬영한 적은 기필코 없다. 사기꾼 취급을 받게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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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아이폰 스냅업체 관계자 일부가 올해 함께 워크샵을 떠난 모습.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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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놔” 줄잇는 경찰신고...일부 업체 대표는 경찰입건
“알바생이 찍더라도 계약은 유지하려했는데...‘노쇼’라니요.”

이같은 상황에 논란의 스냅업체 계약자들은 업체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단지 해명만을 요구했던 사람도, 그대로 계약을 이어가려던 사람도 어느새 논란 업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쪽으로 여론이 흘렀다. 어느새 ‘위약금 없는 계약해지’가 수천명의 여론이 됐다.

이들 업체가 계약자들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홍보 문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혹은 논란이 터졌을 때 진정성 있는 해명과 적극적인 환불 조치로 대응했다면 어땠을까. 행복한 날을 예쁘게 담고 싶었던 3000여명의 예비 부부. 그들은 졸지에 경찰 수사결과를 기다리며 법적 대응 절차를 논의하는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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