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사설 구급차 관계자가 구급차를 살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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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최근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설립·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작년 3월 대구의 한 건물에서 떨어진 만 17세 여성 응급 환자가 약 2시간 30분동안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 뺑뺑이’를 하다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구급대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로 연락해 “낙상사고 추정 환자를 치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며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
이후 구급대는 대구 일대의 다른 병원에도 연락했지만 연이어 거절당했고, 재차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대구 전역 (병원이) 안된다 해서 1시간째 돌고 있는데 혹시 수용이 가능하냐”고 했지만 또 다시 거부당했다. 결국 환자는 또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복지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거친 뒤, 대구가톨릭대병원을 비롯해 환자 수용을 거부한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등 총 4곳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다’는 응급의료법 48조의2를 위반했다 보고 시정명령과 6개월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선목학원은 복지부의 시정명령 및 보조금 중단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선목학원 측은 “외상성 뇌손상이 의심되는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어서, 당시 병원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라는 점을 알렸을 뿐”이라며 “신경외과 및 정형외과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추천하거나 신경외과 외 다른 과목에 대한 진료는 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이지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이 응급환자를 거부·기피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응급의료를 요청한 자 또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해 기초 진료조차 하지 않은 ‘응급의료 거부·기피’의 해당함이 분명하다”며 “단순히 이 사건 병원의 응급환자 수용 능력과 관련된 내용을 통보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환자에 대한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하지 않고 구급대원이 통보한 응급환자의 상태만을 기초로 응급환자인지 또는 필요한 진료과목을 결정한 다음 이 사건 병원으로의 수용을 거부한 행위를 두고 당시 상황에서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위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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