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가 8월13일 충남 홍주성 소녀상에 ‘철거’ 마스크를 씌운 사진을 찍어 올렸다. 에스엔에스(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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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철거 챌린지’를 진행하는 극우단체 대표에게 법원이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광고물 무단부착’이라는 단순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된 탓이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소녀상 철거 챌린지’ 등 모욕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강영기 판사는 지난 20일 경범죄처벌법 위반(광고물 무단부착 등) 혐의를 받는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24일 한겨레가 확보한 판결문을 보면, 김 대표는 지난 3~4월, 서울 은평구 은평평화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얼굴에 ‘철거’라고 적힌 마스크나 검정비닐을 씌운 혐의를 받는다. 또 “은평평화공원은 성매매 여성과 무슨 상관“이라고 쓰인 전단지나, “위안부실상 왜곡날조한 흉물철거“라고 쓴 팸플릿을 여러장 비치하거나 붙인 혐의도 있다.

강 판사는 ‘광고물’의 사전적 의미가 ‘세상에 널리 알리거나 알리기 위한 매개체’를 의미한다는 점을 들어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업적인 광고물이 아닌,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내용의 종이였다고 하더라도, ‘광고물’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것일 뿐 광고물이 아니다”라는 김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김 대표에게 선고된 형량은 벌금 10만원이다. 경범죄처벌법 위반의 최고 형량이다. 경찰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까지 처할 수 있는 형법상 재물손괴 혐의 적용도 검토했지만, 소녀상을 부수는 등의 물리적 방식은 아니어서 적용하지 못했다.

이처럼 ‘소녀상 철거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1년여간 이어지고 있는 극우단체의 혐오 발언이나 행태를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 없다.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 피해자법)은 피해자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별다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비점을 해결하기 위해 잇따라 ‘위안부’ 피해자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지난 18일 이를 상정한 뒤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서영교·김선민·김용만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건의 개정안은 피해자 명예훼손과 피해 관련 허위사실 유포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 등이 담겼다. 특히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강경란 정의연 연대운동국장은 “극우단체는 기존 법으로는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을 이용해 피해자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으로 동의가 5만명이 넘은 국민청원도 곧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된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