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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日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자찬뿐…"강제동원" 사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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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등재라는 ‘성과’만 있고 강제 동원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없었다. 한국 정부와 유족이 불참한 가운데 24일 일본 니가타(新潟)현 사도(佐渡)시 아이카와(相川)개발종합센터에서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도광산 추모식이 열렸다. 한국 정부와 유족은 참가하지 않은 '반쪽' 추모식이었다. 추모식 좌석 중 한국 측 인사와 유족을 위한 40여석은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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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대표와 유족의 참여 없이 24일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이 개최됐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으로 알려진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해 헌화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도=김현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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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추도식에서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외무성의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정무관(차관급)이 준비해 온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인사말'이라고 명명된 추도사에서 그는 사도광산의 유네스크(UNESCO) 세계유산 등재를 “빛나는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빛나는 성과는 때로 위험을 동반한 가혹한 환경 속에서 노동에 종사했던 광산 노동자들을 비롯한 선조들의 헌신 덕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다.

이어 “당시 광산 노동자들이 큰 노력을 했다”면서 조선인 노동자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광산 노동자 중에는 1940년대 우리나라(일본)가 전쟁 중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는 대목이었다. 이어 “한반도에서 온 노동자들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상황에,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광산 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 고된 노동에 종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 측이 언급한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강제로 노역했다’는 강제 동원은 물론, 사과·반성이란 표현은 꺼내지 않았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는 게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언급의 전부였다. “사도광산이 선조들의 오랜 노고 위에 이뤄졌다”는 말과 함께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말이 두 번 등장한 것 외엔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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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 참석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취재진을 피해 별도 쪽문으로 행사를 마친 뒤 이동했다. 사도=도쿄특파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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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걸그룹 아이돌이자 배우 출신인 이쿠이나 정무관이 이날 추도식장에 나타난 건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각. 사도광산에서 강제노역한 1500여명의 조선인을 위한 추도식에 참석해 그가 추도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그는 시종일관 취재진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추도식장에 나타난 데 이어 30분 만에 행사가 끝나자 재차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세계유산' 강조한 추도식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와타나베 류고(渡辺 竜五) 사도시장은 사도광산의 기술적 가치 등을 언급하며 세계유산 등재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노동자 중에는 한반도에서 오신 많은 분이 포함된다”면서 “멀리 떨어진 이 땅에서 불행히 돌아가신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양국 간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반대해온 ‘감사’란 표현도 등장했다. 추모식에 앞서 추도사에 ‘감사’ 표현을 넣겠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반대해왔다. 이날 와타나베 시장은 “사도광산 발전에 관련된 모든 분에게 감사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돌아가신 분들에게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하나즈미 히데요(花角英世) 니가타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이 되는 데 있어 광산 채굴, 발전에 공헌한 모든 분에 대해 공헌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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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사도 광산 아이카와쓰루시 금은산(金銀山) 유적.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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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식 후 별도로 열린 질의응답에서 이들의 '감사 발언'이 부적절하지 않냐는 한국 취재진 질문에 추도식 실행위원회 측은 “여기는 일본”이라며 “모든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세계유산 등록이 됐다. 그런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행위원회 측은 한국 측 정부 대표와 유족의 불참에 대해선 “유감”이라는 입장을 두 차례나 강조했다. 추도식에 사과·반성이 없다는 질문에 대해 와타나베 시장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면서 “역사 문제에 대해선 정부 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행위원회는 내년에도 추도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동 자료집 출간 등에 참여해온 아라이 마리(荒井眞理) 사도시 의원은 “세계유산 등재에 공헌한 사람들이 많이 초대된 것 같은 인상이었다”며 “진심으로 추도하고 싶다는 분들을 초대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추도식에서 나온 ‘감사’란 단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선인 노동자가) 고통을 겪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파도 말 못하고, 가족이 모두 고통받은 그런 모든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공감을 표하는 것이 본래 (추도식의) 의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별도 추도식 개최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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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모식'에서 한국 정부 대표자와 관계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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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당초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은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배편으로 사도섬에 도착했다. 유족들은 지난 7월 사도광산 세계유산등재를 위해 일본이 한국의 동의를 얻기 위해 아이카와향토박물관에 마련한 조선인 관련 시설을 둘러봤다. 해당 전시실은 강제동원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유가족 9명과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오는 25일 오전 9시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아이카와료에서 별도 추도식을 연다.

사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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