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사태로 12년 만에 최대 폭인 6.55%로 치솟은 이후 계속 상승해 9월 말 기준 8%대 중반 수준까지 올라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더 나빠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카드사, 저축은행은 서민·취약 계층의 급전창구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은행권이 대출을 조이면서 더욱 붐비는 창구가 됐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캐피털사의 가계대출은 한 달 새 상호금융과 맞먹는 9000억 원 늘었다. 저축은행도 4000억 원 증가했다. 여기서 연체율이 뛴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징조다.
당국이 관심을 가질 창구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잔액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보험회사들의 대출채권 잔액은 266조9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5000억 원 늘었다. 기업대출 잔액은 소폭 줄었지만 가계대출 잔액이 8000억 원 불어나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 해지 시 받게 되는 해지환급금의 최대 95%를 빌려주는 상품으로 별도 심사 없는 대출이 가능한 데다 DSR 등에서도 자유로워 최후의 ‘급전창구’로 통한다. 여기서도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화근은 결국 과중한 부채 부담이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나 신용이 낮은 자영업자의 경우 연체율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10%대를 기록했다. 올해 1~7월 소상공인이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대신 변제한 은행 빚(1조4450억 원)이 지난해 동기 대비 60%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영세 법인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58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버티고 또 버틴 한계기업들이 결국 손을 들고 있다.
카드사, 저축은행과 같은 2금융권이 건강해야 그나마 구제의 발판을 놓을 수 있다. 급전창구의 연체율 상승은 그 어떤 각도로 봐도 엄중한 경계와 탄력적 대응을 요구하는 적신호다. 때마침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선제 관리에 나서야 한다. 멀쩡한 사과와 썩은 사과를 명확히 가리고 도덕적 해이는 경계하되,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이들은 어렵지 않게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살펴야 한다. 개개인이나 법인의 금융 상황이 시스템 위기로 번질 위험은 없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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