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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지금, 여기]대구대 사회학과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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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활동가로 살다 보면, 사회학과 전공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들은 시민단체 등과 각종 활동을 함께하며 성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주는 일이 많다. 김동춘, 신진욱, 조희연, 이나영 교수 등은 평생 활동가들과 함께 운동하고, 가족처럼 지냈던 사회학과 학자들이다.

대학에서도 사회학과는 특별한 곳이다. 학생운동을 조직하고, 연대하는 일을 기획하고 직접 실행한다. 특히 학생운동의 역사가 끊어진 지역대학에서 이들의 존재는 더욱 소중하다. 대학생 대다수가 자신의 취업에 매달린 채 4년을 보내지만, 사회학과 학생들은 대학과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측면이 강하다.

나는 대구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동기들이 대부분 공무원 시험이나 각종 자격증을 공부할 때 시민활동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자연스레 사회적 문제를 공부했고, 각종 잡지나 언론에 나의 고민을 담은 글을 보냈다. 과 동기들과 많은 토론을 하고 싶었으나 한가해 보이는 얘기에 관심을 두는 친구들은 없었다.

그때 관심을 갖게 된 곳이 사회학과였다. 그곳은 마른 사막에 오아시스였다. 법학과 옆에 사회대 건물이 있었는데 학내와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는 각종 현수막이 늘 걸려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마이크를 들고나온 사회대 학생회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남북 문제, 학생운동, 학교운영 문제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비판했던 기억이 난다. 학생회장은 저녁쯤이 되면 북을 들고 잔디마당에서 창을 구성지게 불렀다.

사회대에서는 농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축제 기간 다른 학과에서는 노래 경연대회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사회대에서는 풍물놀이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세미나를 했던 기억이 난다.

1998~2000년 대구대는 학내분규를 임시 봉합하고 있었는데, 구 재단은 복귀를 바라고 있었다. 이때도 사회대 학생들의 조직적인 움직임과 비판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총학생회장 선거 때가 되면 사회대 학생들의 출마는 늘 있었다. 그런 영향인지 현재도 대구대는 큰 잡음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점만 있을 수 없다. 당시 사회학과를 다니던 학생들과 고민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그때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시민단체나 사회기관이 너무 적었다. 차선책으로 사회복지학과 등의 학문을 복수전공하며 취업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있었다. 졸업 후 나는 서울에 있는 참여연대에 전업활동가로 입사했다. 대학에서 책으로 접했던 수많은 교수님과 변호사,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활동가로 23년째 일하다 보니 대구대에서도 특강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법학과가 아닌 사회학과, 미디어학과 계열이었다. 참여연대에 취업한 계기와 이후 활동가로 살면서 이루었던 성과에 대해 강의를 했다. 학생들은 진지한 자세로 강의를 들었고 수많은 질문을 했다.

지난 11월7일 대구대에 큰 이슈가 있었다. 2024학년도 사회학과 지원 신입생이 정원에 크게 미달하자, 학교 측은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학생들은 사회학과 추모식을 기획해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슬픔과 추억을 함께했다. 사회학과는 창설 45년 만에 영면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대구가톨릭대와 경남대 사회학과도 지난 2년 사이 폐과가 결정되었다. 대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한 학생은 이런 말을 남겼다. “세상이 관심을 주지 않은 벼랑 끝에 놓인 사람들을 볼 수 있는 학문이다.” 사회학과 폐지는 지역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할 힘을 지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사회학과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진심으로 마음이 아리다. 학교와 지역사회를 공동체 정신으로 지켜내던 사회학과에 깊은 감사함을 전하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경향신문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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