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되던 해에 원자바오 전 총리에게 공개 축하 시 받아
예자잉 난카이대 석좌교수. /난카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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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을 세계에 알린 고전문학 연구자 예자잉(叶嘉莹) 난카이대 석좌교수가 24일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5일 신화통신·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난카이대는 시인이자 중국 고전문학 연구자인 예 교수가 전날 오후 3시 23분쯤 톈진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난카이대는 “예 교수의 사망은 중국 교육 및 학술공동체와 국제문화교류에 큰 손실”이라며 애도했다.
예 교수는 1924년 베이징의 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1년 푸젠 가톨릭대에 입학해 중문학을 전공했다.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패하자 남편과 함께 대만으로 이주했다. 장제스 정권 아래 대만에서 본토 출신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는 ‘백색테러’가 빈번하던 시절, 그의 남편도 연루돼 고초를 치렀다.
1966년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1969년부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종신교수로 임용돼 중문학을 가르쳤다. 개혁·개방 이후인 1979년부터 매년 여름방학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대 등 여러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쳤다.
그는 고전문학자로서 모국어로 연구 활동을 하고 싶어 했다는 점과 중국 본토가 문화대혁명 이후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었다는 점이 해마다 중국을 방문한 이유라고 대만 매체 중국신문망 인터뷰에서 밝혔다. 1989년 UBC 정년퇴임 이후 중국 난카이대 석좌교수로 임용돼 톈진에 정착했다.
예 교수는 중국에 정착한 이후에도 중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연구와 교육 활동에 매진했다. 중국 고전문학 연구자로서는 유일한 캐나다 왕립학회 회원이며, 2015년 난카이대에 자신의 이름을 딴 기금을 설립했다.
중국작가협회는 추모성명을 발표했으며 중국 매체들은 중국 문학을 세계로 알린 거장이 사망했다고 일제히 애도했다. 중국 매체들의 부고 기사에서 대만 경력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예 교수가 90세 되던 해에 원자바오 전 총리에게 공개 축하 시를 받은 일화도 유명하다. 원 전 총리는 2014년 예 교수 탄생 9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맞아 “연밥(연꽃 씨앗)은 응당 죽지 않아 오랜 세월 기다리면 꽃이 핀다”는 구절이 담긴 축하 시를 지어 보냈는데, 이는 원 전 총리가 자신이 총리직 은퇴 후에도 건재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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