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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윤주혜의 C] 박물관이 말을걸다…반가사유상 마음의 색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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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새단장

문화유산 보고 행복 등 감정 선택하면

색깔별 '마음 캐릭터'들이 호기심 자극

국립고궁박물관 '음식취향MBTI' 등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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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어린이들이 전시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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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부글부글, 훌쩍훌쩍, 오싹오싹, 깜짝깜짝, 화끈화끈.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색의 '마음 캐릭터'들이 어린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아이들은 이 귀여운 친구들을 꽉 안아보기도 하고,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낸다.

'마음 캐릭터'들의 색깔은 어린이들이 가진 마음의 색이다. 어린이박물관을 찾은 1000여 명의 어린이는 행복과 분노, 슬픔, 공포, 놀람, 부끄러움 등 각 감정에 어울리는 '마음의 색'을 선택했다. 이렇게 탄생한 마음 캐릭터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유산들과 만났다. 아이들은 마음 캐릭터들과 함께 마음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감정을 배우고 느끼고 또 나눌 수 있다.

이처럼 박물관들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있다. 유물을 관람하는 공간에서 더 나아가 박물관이 문화유산에 담긴 이야기를 즐기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장'으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반대급부로 사람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가 더 커지는 가운데 각각의 박물관이 문화유산 속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친근한 방식으로 풀어내, 관람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반가사유상 마음의 색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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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알기(+) 덜기(- ÷) 잇기(×), 문화유산 속 마음'을 주제로 어린이박물관 상설 전시실을 새로 단장했다고 18일 밝혔다. 어린이가 전시장의 '마음 × 표현하는 말'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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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알기(+) 덜기(- ÷) 잇기(×), 문화유산 속 마음’을 주제로 어린이박물관을 새롭게 단장해 지난 19일 재개관했다.

새롭게 꾸며진 어린이박물관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마음’이다. 사람의 기본 감정인 행복, 분노, 슬픔, 공포, 놀람, 부끄러움 등을 표현하는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6가지 색깔이 문화유산들과 함께 박물관 곳곳에 스며들었다.

특히 어린이박물관의 대형 화면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유산을 아기자기하게 표현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어린이들이 문화유산 그림을 터치하면, 이 문화유산에 맞는 마음을 고를 수 있다. 반가사유상, 복희와 여와, 단원풍속도첩의 춤추는 아이 등을 보고, 행복·놀람·분노·부끄러움·슬픔·두려움 6개의 감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감정을 택하면 마음 캐릭터가 등장해 “박물관 곳곳에서 저를 찾아보세요”라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홍도의 <씨름> 등 옛 그림 속 등장인물의 말풍선을 문장이나, 이모티콘 등으로 채우는 체험도 흥미롭다.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그림 속 상황을 관찰해, 이야기를 유추하거나, 상상을 덧붙여 독창적인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다.

문화유산을 통해 자신의 마음도 읽는다. 어린이들은 ‘마음의 숲’에서는 소나무, 거북이, 복숭아, 학 등 문화유산 속 소재들로 마음의 숲을 만들 수 있다. 또 문화유산의 눈, 코, 입, 머리카락 퍼즐이나 모양자를 조합해서 종이에 표정을 그려 넣거나, 폭포가 쏟아지는 숲 ‘마음 인터랙티브룸’ 곳곳에 숨어 있는 문화유산을 찾으며 마음 캐릭터들과 신나게 춤출 수 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언론공개회에서 “물질 중심에서 스토리가 있는, 모두의 얘기가 있는 곳으로 (어린이박물관을) 전환한다”며 “상설전시실과 동떨어져 있는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공간적 연결뿐만 아니라 세대 간 연결, 현재와 미래의 연결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식성 비슷한 왕 찾고, 의궤도 직접 넘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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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에서 시민들이 체험형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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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청소년, 어른 등도 박물관에서 문화유산과 가까워질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은 ‘음식 취향 MBTI’를 통해 식성이 비슷한 왕을 찾는 등의 체험을 제공한다.

‘돼지고기, 소고기만 있으면 다른 반찬은 필요없다’,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자주 먹는다’, ‘채소를 좋아한다’ 등의 질문에 예 혹은 아니오로 답하면 사료에 근거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맛이 비슷한 왕을 찾아 준다.

예를 들어, 관람객의 입맛이 성종과 비슷하다면, '#한우에_시즈닝_못참지'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성종실록에 담긴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한다. “일본에 연락해 후추씨를 얻도록 예조에 명하였다. (중략) 이듬해 중국 사신이 오자, '중국 사신에게 후추씨를 구하게 하라’ 하였다” 등 성종의 남다른 후추 사랑을 알 수 있다.

왕들이 즐겨 먹던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콘텐츠도 제공한다. 대하찜, 무황볶이탕, 길경초채, 너비아니 등 엽서를 꽂고 다이얼을 돌리면, 식재료를 비롯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영상으로 나온다. 엽서 뒷면의 레시피를 보고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는 등 궁중음식에 대한 이해를 넓혀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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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실에서 관람객들이 디지털책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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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의궤도 진열장 밖으로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2 외규장각 의궤 전용 전시실의 디지털 서고에서는 외규장각 의궤가 디지털북 형태로 관람객들과 만난다.

디지털북은 <효종이 읽어주는 발인반차도>, <어람용과 분상용 의궤 비교>, <한 권으로 읽는 의궤> 총 3권이다. 책 받침대에 미니북을 올리면, 실물 책을 직접 넘기면서 읽을 수 있다. 조선시대 방식을 그대로 살려 책장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도록 구현했다. 마치 진짜 의궤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특히 <효종이 읽어주는 발인반차도>는 효종이 죽음을 맞은 후, 본인의 삶과 장례행렬이 담긴 발인반차도의 내용을 효종 본인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디지털북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번역 보기 등이 담겨, 외규장각 의궤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의궤는 한자로 쓰여 있어서 일반 관람객들이 그 내용을 알기가 쉽지 않았는데, 디지털북을 통해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4.8m에 달하는 대형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도설 아카이브에서는 외규장각 의궤에 담긴 각 도설을 터치하면 행렬에서 사용된 모습 등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도설의 실제 쓰임새 파악이 가능하다.

외규장각 의궤실 조성을 담당한 김진실 학예연구사는 “일반 국민, 청소년 등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하는 것을 전시 방향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궤 속 흥미롭고 교육적인 내용을 통해 (디지털북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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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실에서 관계자들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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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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